하급심 "육체노동 정년 65세로 봐야"…대법 판례 바뀌나

수원지법 이어 중앙지법도 "현실 반영해 가동연한 65세로 해야"
"사회 제도에서도 지하철요금 면제 등 65세부터 노인 인정"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은퇴연령과 가동연한 큰 차이
대법 판례, 90년 판결 따라 여전히 60세 고수…현실 반영 못해
  • 등록 2018-05-22 오전 9:00:00

    수정 2018-05-22 오전 10:56:29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능 시기를 만65세로 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이 또다시 나왔다. 현재 대법원은 1990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만 60세를 근로 가능 연한(가동연한)으로 보고 있어, 노동계 등에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판례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7부(재판장 김은성)는 버스 교통사고 피해자 한모씨 등이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한씨의 가동연한을 65세로 보고 배상액을 산정했다.

재판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대부분은 가동연한으로 인정되는 나이와 실질은퇴연령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유독 우리나라만 그 치아가 심각하게 벌어진 수준으로서 법원이 30년 가까이 유지해온 경험칙은 더 이상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반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은 이제 65세까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199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재판부가 제시한 근거를 보면 평균수명이 대법원 판결 당시와 비교해 14세 이상 증가했다. 또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다수 직장에서 정년이 60세로 올라갔고 기초·국민·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연금 수급 시점도 현재 모두 65세로 변경됐다.

실제 이 같은 상황에서 통계청의 지난해 연령별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60~64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62.5%로 15~64세의 69.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또 OECD의 발표에서도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평균 은퇴연령은 남성 72.0세, 여성 72.2세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 일반 직장인은 정년을 다 채우고 퇴직하더라도 최소 10년 이상 노동시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60세 가동연한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경비원 등 감시단속직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 상당수가 60세 이상이고 공사현장에서도 60세 이상 인부를 흔히 볼 수 있는 현실과의 상당한 괴리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가동연한을 65세로 인정하더라도 가동연한과 기대여명(기대하는 남은 생존 연수) 종료일의 차이가 15년 이상이 된다”며 “과거 대법원이 (차이가 5년밖에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던 개연성 문제는 소멸됐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농어촌개발촉진법에 의해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서조차 농촌근로자의 가동연한이 65세로 변경돼 이에 대한 법령화가 됐다고 볼 수 있다”며 “농촌과 도시를 차별해 적용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영양상태와 의료기술 발전으로 단순히 60세가 넘은 것만으로는 노인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고, 노인으로서의 각종 입장료, 지하철요금 면제 혜택 등도 모두 65세부터 인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종전에도 60세에 가깝거나 60세가 넘어 사망한 경우 법원은 보험 약관 등을 이유로 2∼3년 정도 가동연한을 더 인정해 오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번 항소심 판결은 20대 피해자에게 일반론으로서 65세까지 노동능력을 인정한 판결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한 상고가 제기될 경우 대법원의 가동연한에 대한 새로운 판단이 나올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동연한을 일반론적으로 65세로 정해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은 지난 2016년 12월 수원지법 판결 이후 두 번째이다. 하지만 당시 보험사 측에서 상고하지 않아 대법원의 판단 없이 사건은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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