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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김성수 사건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뉴스를 보다 분노할 때가 많지만 그동안에는 딱히 의견을 제시할 공간이 없어 기사 댓글이나 올리는 게 고작이었다”며 “청와대 청원 게시판이 생긴 뒤로는 이 곳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21세기 신문고.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문재인 정부의 소통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창구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청와대에 청원을 올릴 수 있다. 청원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고, 청원자 개인정보도 등록하거나 공개할 필요가 없다. 직접 민주주의 실현의 성공적 사례라는 평가와 무분별한 청원 남발로 인한 게시판 오염과 여론 왜곡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교차한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정부 출범 100일 맞아 등장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해 8월 19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등장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로 한 달 안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에 대해 정부가 직접 답변하는 게 원칙이다. 매일 수 십만명이 방문해 의견을 표출하면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사회적으로 주목하는 이슈나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건을 확인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살인·강간·폭행 같은 강력범죄 관련 청원은 물론 첨예한 대립을 부르는 성평등 문제도 청원 게시판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청원 게시판을 포함한 국민소통플랫폼은 방문자 수는 월평균 700만명 선이다. 전체 페이지뷰의 80%는 청원 게시판이 차지한다. 4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글은 33만여건. 하루 평균 청원건수는 746건이다.
청와대가 이날까지 답변에 나선 국민답변은 앞선 사례 외에도 △조두순 출소 반대 △가상통화 규제 반대 △미성년자 성폭행 역량 강화 △몰카범죄 처벌 강화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 53개에 이른다. 이밖에 △인천 여중생 자살 가해자 강력처벌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가해자 강력 처벌 △거제 살인사건 피의자 강력처벌 등 5개 청원이 답변을 앞두고 있다.
김성수 청원에 참여했다는 직장인 김모(28)씨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심신미약으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 청원을 타인에게 알렸다”며 “국가가 알아서 잘 처벌했다면 강력범죄 관련 청원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22)씨는 “낙태죄 폐지의 경우 평범한 여성들이 법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다”며 “하지만 청원에 참여하면 정부로부터 답변을 받고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軍 위안부 설치’ 등 황당 청원에 실명제 도입 요구
급기야 여성도 징병제를 시행해야 한다거나 남성도 출산할 수 있도록 인공자궁을 이식해야 한다는 식의 황당한 청원이 올라오기도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군대에 위안부를 만들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고 해당 글 게시자를 찾아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이 오히려 9만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 청원을 계기로 청원을 실명으로 올리고 청원에 찬성뿐 아니라 반대 의견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답변이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71만 4875건의 동의를 얻은 난민법 폐지 청원 답변에 나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자 “여론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답변”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국민청원을 통해 드러난 국민 정서를 살펴 국정 운영에 반영하되 게시판이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한다”며 “국민청원 게시판이 단순히 분풀이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정부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