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저출산시대 혁신 시급한 양병정책

  • 등록 2023-07-13 오전 6:15:00

    수정 2023-07-13 오전 6:15: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한국군이 양병(養兵)의 위기에 놓여있다. 입대 자원의 부족으로 병력 결손이 현실화되고 있다. 2021년 징집률이 96.6%였다. 매년 늘어나고 있다. 병력 부족을 징집 확대로 채우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군 복무에 부적합한 인원까지 끌어오고 있다. 육군의 경우 복무 부적합으로 조기 전역하는 인원이 6%나 된다. 이들을 관리하느라 간부들의 진이 빠진다.

초급간부는 더 심각하다. 부사관 충원율은 작년에 86%까지 떨어졌다. 육·해·공군 및 해병대 평균이기 때문에 이 정도다. 근무환경이 나쁜 해병대와 육군은 80%도 못 채우고 있다. 초급장교의 70%를 차지하는 학군후보생(ROTC) 지원율은 1.6대 1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4분 1로 떨어진 것이다. 전국 평균이라서 이 정도다. 수도권 주요 대학은 대부분 정원 미달이다.

정치적으로 병사들이 중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전쟁을 대비하는 군대로서 실병을 지휘하며 전투를 치러야 하는 초급간부의 중요성은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부사관을 군의 ‘허리’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허리가 부실한 군대가 제대로 싸울 리 없다.

병력 부족 문제는 기본적으로 출생률 저하의 결과다. 현재의 초저출산이 시작된 게 2002년이다. 그해 출생아 수는 49만 명(출산율 1.48)으로 6년 전의 71%로 격감했다. 그리고 20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작년 출산율은 0.78로 떨어졌다. 그러나 군은 2027년까지 50만 대군 유지를 고집해왔다. 문제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비가 없다는 점이다. 사실상 반대로 갔다.

인구절벽으로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에서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정책은 병 복무기간 단축과 급여 인상이었다. 24개월이었던 병 복무기간(육군 기준)이 21개월로 줄어든 것이 2011년이었다. 그리고 2018년 18개월로 줄었다. 그에 비해 단기부사관 의무복무기간은 4년이고, 학군장교는 재학 중 훈련을 빼고도 28개월을 근무해야 한다. 병 급여 인상도 초급간부 지원율을 떨어뜨린 주요 원인이었다. 문재인 정부 첫해 21만6000원이었던 병장 봉급이 2022년 67만6000원으로 올랐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100만원까지 높였다. 2025년까지 205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하사 1호봉 세후 수령액이 160만원 수준이다. 병과 초급간부의 급여가 곧 비슷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길게 보면 20년, 짧게 보면 지난 10년간 발화되고 심화되어 왔던 것이다. 근본적인 책임은 지난 20년간 국방정책을 결정했던 각 정부에 있다. 복무기간 단축과 급여 인상이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해도 이러한 정책이 가져올 역효과를 고려해서 대비했어야 했다. 이는 양병을 책임진 국방부의 몫이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조치는 발견하기 어렵다.

초급간부의 지원율 하락은 병 복무기간이 단축될 때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노무현 정부의 ‘국방개혁 2020’에서부터 현 정부의 ‘국방혁신 4.0’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도 초급간부 문제를 실질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충원율이 급락하고 있는 현재에도 국방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책이라고는 당직수당과 단기복무장려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정도다. 언 발에 물 붙기다. 18개월의 병으로 입대할지, 아니면 4년의 단기복무부사관, 혹은 28개월의 ROTC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는 청년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그리고 현재의 무대책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목도한 문제는 ‘블랙스완’이 아니라 저만치서 달려오고 있는 ‘성난 코뿔소’였다. K-방산의 성공 신화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듯이, 양병의 위기 또한 어제오늘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병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혁신적인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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