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체적 혜택을 담은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이르면 올 11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지정해 다양한 혜택을 예고한 만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이 풍부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RE100 등 무탄소 전력이 필요한 기업 투자를 유치하거나 에너지 스토리지(ESS) 같은 신산업을 활성화하리란 기대감이 계속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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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지자체는 울산광역시와 제주특별자치도다. 이들은 일찌감치 전담팀(TF)을 꾸려 분산에너지 특구 지정을 위한 특화사업 마련에 착수했다.
울산은 지역 내 원자력발전소(원전) 운영에 힘입어 전력 자립도가 96%로 높은 편인데다, 앞바다에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 구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무탄소에너지(CFE)를 활용한 다양한 에너지 신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분특법 제정과 함께 특화지역 지정 신청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기대감을 반영한 것이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2022년 기준 19.1%)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제주 역시 분특법 시행에 대한 기대가 크다. 제주시는 올 상반기 중 연구용역을 진행해 6월 시행과 함께 특화지역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제주가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큰 비용을 들여 대용량 배터리 에너지 저장장치(BESS)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데,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으로 지정돼 다양한 전력 요금제를 도입한다면 이 같은 BESS 사업자 유치가 원활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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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한 전남도와 전북도, 원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높은 경북도, 부산시 등도 분산에너지를 지역 내 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남도와 전북도는 도내 산·학·연·관을 중심으로 관련 연구에 착수, 올 6월 분특법 시행과 함께 분산에너지 특별지역 지정 신청을 위한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있다. 아직 구체안은 나오지 않았으나 지역 내 풍부한 태양광·풍력 자원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무탄소 전력이 필요한 기업에 낮은 비용에 공급하는 체계를 마련해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유치한다는 게 기본적인 흐름이다.
전남도는 이를 통해 데이터센터를 총 100기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히지만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만큼 전기 다소비 시설이어서 수도권 추가 입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구글, 애플, 삼성전자 등 RE100을 선언한 세계 주요 기업의 수요에 맞추려면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으로 이를 충당해야 한다.
전북도는 아직 전력 자립도가 67% 수준이지만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태양광·해상풍력 사업 계획이 원활히 추진된다면 그 자립도가 133%로 높아지는 만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내 신산업 추진 여건이 갖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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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제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분특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당장 지역 전기요금이 크게 싸진다거나 기업 지방 투자를 유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는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이를 계기로 데이터센터 같은 전력 다소비 업종의 지역 투자를 유도하는 ‘가격 신호’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