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의 전쟁]"고3인데요" 어른들은 담배를 사줬다

'이데일리-YMCA 공동조사' 29곳 중 1곳만 신분증 요구
대리 구매 요구에 5명 중 2명 담배 심부름 해줘
가판대·구멍가게 등 청소년 담배 구매 무방비
  • 등록 2014-02-27 오전 7:30:00

    수정 2014-02-27 오전 8:46:14

[이데일리 최선 유선준 기자] 청소년 흡연은 담배회사의 미래다. 니코틴의 높은 중독성 때문에 한번 흡연에 빠져든 청소년들은 성인이 돼서도 좀처럼 담배를 끊지 못한다. 청소년들이 손쉽게 담배를 사고 피울 수 있는 나라. 담배회사들이 꿈꾸는 나라이자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담배 주세요”… 29곳 중 1곳만 신분증 확인

<이데일리>는 서울 기독교청년회(YMCA)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의 도움을 얻어 청소년 담배 구매 실태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실제 청소년에게 담배를 구매하도록 할 경우 발생할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앳된 만 19~20세의 자원봉사자 7명을 선발해 서울 종로구 일대 담배 판매점에서 담배를 구매하도록 했다. 조사는 이은대 YMCA 청소년활동부 지도자의 감독 아래 이뤄졌으며 본지 취재팀이 동행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22일 종각역을 시작으로 인사동과 관철동 등을 돌아다니며 총 29곳의 편의점, 소규모 상점, 가판대에서 담배를 구매한 결과 세븐일레븐 인사동점을 제외한 28곳은 신분증 확인없이 담배를 판매했다. 대다수 담배 판매점 주인과 종업원들은 담배를 구매하려는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자원봉사자 임은지(19·여)씨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많이 어려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담배 구매가 쉽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신분증 확인도 없이 손쉽게 담배를 살 수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800곳의 중·고등학교 학생 7만243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흡연 학생 중 자신이 피우는 담배를 편의점이나 가게에서 직접 구매한 비율이 남학생은 48.9%, 여학생은 40.4%였다. 또 편의점이나 가게 등에서 담배를 사려고 시도한 학생 중에 실제 구매에 성공한 비율도 남학생 76.8%, 여학생 75.4%에 달했다.

“고3인데 담배 좀 대신 사주세요”… 5명 중 2명 응해

청소년이 담배를 대신 사달라고 요청한다면 어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자원봉사자들은 담배 판매점 앞에서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밝히고 행인들에게 대신 담배를 사달라고 부탁했다. 다섯 차례의 테스트에서 2명이 담배 심부름에 응했다.

30대 후반의 한 남성은 자원봉사자가 고3이라고 밝혔는데도 무슨 담배를 피우는지 확인까지 하며 담배를 대신 구매해 줬다. 다른 2명은 자리를 피했고, 50대 중년 남성만이 “스트레스를 받아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라면 게임방이나 노래방에서 푸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훈계하며 요청을 거절했다.

2012년 개정된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술·담배 등 청소년 유해약물을 무상 제공하거나 청소년의 부탁을 받아 대신 사준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또 술·담배 등을 판매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영업주는 3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은대 YMCA 청소년활동부 지도자는 “손님의 얼굴을 보기 힘든 가판대나, 나이 많은 점주가 있는 구멍가게들은 신분증을 확인하는 경우가 없어 흡연 청소년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며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것이 범법행위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계도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와주신 분들: 이은대 YMCA 지도자, 문현수(가명)·손동욱·차영혜·임은지·홍상우·박태인·서기원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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