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대란]"금연도 흡연도 어렵다" 설 곳 잃은 흡연자

보건소 금연클리닉 방문객 급증에 상담 지연
1월초 등록자 빨라야 2월말에나 상담 가능해
금연구역 확대로 카페·음식점 등 흡연실 폐쇄
"흡연자 담배 피울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해야"
  • 등록 2015-01-05 오전 7:30:00

    수정 2015-01-05 오전 7:49:44

[이데일리 박형수 최선 고재우 기자] ‘금연 대란’이다. 새해 들어 담뱃값이 10년만에 2000원 오르면서 담배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반면 아직 가격을 올리지 않은 일부 외산 담배는 무섭게 팔려나간다. 금연클리닉은 금연 상담을 하러 찾아온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00㎡ 미만 소규모 음식점 등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되면서 음식점과 카페들이 흡연실을 폐쇄하자 흡연자들이 행인들의 눈총을 받으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금연클리닉 지원 확대 △흡연 경고그림 의무화 △간접흡연을 차단하기 위한 흡연실 마련 등 금연 열풍을 이어나가기 위한 금연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소 금연클리닉 방문객 급증에 ‘몸살’

지난 2일 찾은 서울시내 자치구 보건소 금연클리닉들은 금연 상담을 받으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대부분의 금연클리닉이 예년보다 방문객이 3~4배 늘었다. 금연클리닉을 찾는 방문객 수가 당초 예상을 크게 넘어서면서 적지 않은 보건소 금연클리닉들이 상담 인력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는 전국 254개 보건소를 통해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보건소 당 평균 2.4명의 상담 인력이 근무한다.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는 “평소에는 많아야 10명 정도가 금연클리닉을 찾았는데 담뱃값 인상 발표 후 상담객이 급증했다”며 “작년 12월 중순부터 방문자가 평소보다 3~4배 늘었다”고 전했다. 성북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은 상담사가 3명이다. 상담석은 자리가 비기 무섭게 대기 중이던 방문객이 자리를 채웠다. 상담실 밖 대기석에는 순서를 기다리는 방문객이 4~5명 선을 유지했다. 대다수가 30~40대다.

노원구 보건소 금연클리닉 상담사들은 쉴새 없이 상담에 응하다 모두 목이 쉬었다. 지난달 31일 하루 동안 이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시민만 300여명. 2일에도 2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금연 상담을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 담뱃값 인상이 지난해 8월 도입한 ‘금연 성공 지원금’ 제도와 맞물린 때문이다. 노원구는 흡연자인 구민이 1년간 금연에 성공할 경우 10만원을 포상금으로 준다.

한 보건소 금연클리닉 관계자는 “상담 인력이 부족해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방문객들이 태반”이라며 “지원 나온 공무원들도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소 금연클리닉에 몰리는 방문객을 분산하기 위해 일반 병·의원의 금연클리닉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으나 시행 시기가 2월부터여서 당분간 금연 대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동작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김명수(50)씨는 “정부가 담배를 끊으라면서 금연에 도전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은 형식적이고 부실하기만 하다”며 “담뱃세도 많이 올렸는데 금연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좀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연구역 확대 …‘흡연실 설치 대신 흡연자 퇴출’

금연 바람이 불면서 새로운 풍속도도 생겨나고 있다. 3일 관악구 행운동의 A카페. 며칠 전까지 담배 연기가 가득했던 흡연석은 공부방이 됐다. A카페는 흡연석 운영이 금지되자 최근 스터디룸으로 개조했다. 흡연석은 담배 연기 차단을 위해 설치한 유리벽 덕에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대학생 손님이 많은 관악구내 다른 카페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강남구 등 다른 지역 카페와 음식점 중에서는 흡연석을 아예 폐쇄한 곳들도 많았다. 정부는 커피전문점에 한해 담배 연기가 외부로 새지 않도록 완전히 차단된 공간을 만들고 환풍기 등 환기시설을 갖춘 뒤 재떨이 등 흡연에 필요한 시설만을 둔 흡연실은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업소들이 흡연실 개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수하기보다는 흡연자 퇴출로 방향을 정한 분위기다.

동작구에 위치한 한 소규모 주점 사장은 “흡연실을 설치하는 데 200만~300만원은 든다”며 “좌석 수도 줄어드는 데 우리 같은 작은 업소에서는 무리”라고 말했다.

카페와 음식점 앞은 담배 꽁초로 넘쳐났다. 업소 앞 도로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을 피해 행인들이 눈살을 찌푸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강남역 앞 B커피전문점 직원인 류모(26)씨는 “흡연석을 없앤 뒤로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재떨이를 가져다 놓을 수도 없어서 수시로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카페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정모(29)씨도 “이제 몰래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워야 할 판”이라며 “흡연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흡연실을 만들어서 애연가들을 흡연구역으로 유도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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