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윤의 은퇴설계(7)]"집주인과 전세금 인상을 협상중이세요?"

  • 등록 2015-05-23 오전 6:20:06

    수정 2015-05-23 오전 6:20:06

[오종윤 한국재무설계 대표] “집주인과 전세금 인상을 협상중이세요?”

은퇴설계를 하다 보면 은퇴자금 저축여력이 부족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정이 많다. 저축여력이 부족한 원인을 보면, 과거에는 자녀교육비지출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최근에는 적지 않은 가정이 전월세 인상으로 저축은커녕 기존에 하던 은퇴준비마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주변 시세가 올라가니까 집주인 입장에서는 더도 아니고 올라간 만큼 정도의 전세금을 올려 받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고통을 치를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받는 사람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가 상생하는 지혜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몇 년 전 내가 집주인과 협상했던 사례를 공유한다.

나는 한 집에서 10년 동안 전세를 살면서 다섯 번의 전세 계약을 했다. 내가 처음 전세계약을 했던 10년전보다 지금은 엄청나게 전세가격이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2년마다 계약이 만료될 때쯤이면 어김없이 전세값을 인상해달라는 집 주인의 요구가 있었다.

한 번은 집주인이 50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의 인상을 요구했다.

“주변의 시세가 5000만원이 올랐으니 인상해 주셔야겠어요.”

집주인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왜 이렇게 전세보증금을 올리세요?”

그랬더니 집주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현재 시세가 그렇잖아요. 다들 올리는데 더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받아야….”

“그러면 저에게 받은 5000만원으로 뭘 하실 계획이세요?”

“글쎄요… 일단 은행이 넣어야겠죠.”

“은행에 넣으시면 지금 정기예금 이율이 연 2% 안팎이니 세금을 공제하고 나면 실제 수익률은 1.5%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저에게 받은 5000만원에 대한 이자로 연 75만원, 전세계약이 2년이니까 2년간 총 150만원 정도를 버시겠네요. 어떠세요? 큰 도움이 되는 금액이신가요?”

“크진 않지만 그래도….”

“그런데 만약 제가 전세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이사를 가면 어떨까요? 일단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는 과정에서 중개수수료가 100만원 정도 들 겁니다. 그리고 낡은 집을 수리하시려면 적어도 200만원 정도는 필요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는 큰 마음의 상처와 함께 집주인에 대한 원망만 남게 될 겁니다. 어떠세요? 이 거래가 과연 좋은 거래인가요?”

“….”

“지금은 주택공급물량이 부족해서 전세가격이 오르지만 조만간 근처에 대단지가 입주하면 전세가격은 떨어질 겁니다. 만약 이번에 집주인께서 전세금 인상을 조금 줄여주신다면 저역시도 전세가격이 떨어질 때 무조건 다 돌려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어떠세요? 이렇게 하는 것이 서로가 행복한 거래일 것 같은데요.”

요즘 전월세 가격이 폭등해서 전국이 난리다. 이런 시기에 집주인들이 시세를 따라서 무조건 올리기보다 차라리 전세보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를 해준다면 어떨까. 집주인 입장에서는 연간 몇 십만원의 수익이 줄겠지만 그것만 감수할 수 있다면 베푸는 집 주인의 마음도, 받아들이는 세입자의 마음도 행복해 질 것 같다. 안 그래도 살기 힘들어지는 세상, 서로가 불행해지는 방법 말고 서로가 행복해지는 방법이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혹시 집주인과 전세금 인상을 협상중인가요. 그렇다면 앞서 제 경우처럼 집주인과 진지하게 상의를 해보기를 권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좋은 분들이 많습니다. 설령 뜻대로 되지 않아도 그런 노력들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할 겁니다.

☞ 은퇴설계와 관련된 문의는 이메일(ohcfp@daum.net) 또는 블로그(blog.naver.com/bestcfp)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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