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시절]① '대중의 추억'을 소비하다

자본논리에 밀려 사라지는 추억 장소·물건
"가치있는 건물·장소 보존해야"
기성세대 향수, 젊은층 호기심 자극
복고아이템 되살려 소비자 지갑 열기도
  • 등록 2015-12-24 오전 6:09:00

    수정 2015-12-24 오전 7:26:02

‘그때 그 시절’이 사라지고 또 살아난다. 최근 몇년 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추억의 장소나 물건은 한둘이 아니지만 대중의 추억이 소멸되는 틈새로 복고라는 과거의 기억이 부활하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나타난다(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그때 그 시절’이 사라지고 또 살아난다. 최근 몇년 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추억의 장소나 물건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올해는 유난스러웠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 금천교 시장의 터줏대감으로 40년 동안 기름 떡볶이를 팔았던 김정연 할머니의 별세 소식이 들려왔고 수십여년 고시생의 애환을 간직한 노량진역 앞 육교가 철거됐다. 예술영화전용관인 씨네코드 선재, 국내 최초의 민간설립극장인 삼일로 창고극장, 대학로의 터줏대감이던 대학로극장이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차례로 폐관한 것도 모두 올해 벌어진 일이다.

풀뿌리 문화거점이 사라지는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분석한다. 도심이 번창하면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의 강남·강북에서 젊은이의 대표적 약속장소이던 강남역 뉴욕제과와 홍대입구 리치몬드제과점이 사라진 것도 마찬가지다. 개성 만점의 거리와 공간은 거액의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프랜차이즈 자본의 전시장으로 전락했다. 특히 종로구 서촌과 용산구 경리단길은 자고 나면 임대료가 치솟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극심하다. 거대자본이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미용실·정육점·쌀가게·세탁소 등 토박이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 틈에 조심스럽게 명맥을 유지하는 명소도 적지 않다. 1927년 문을 연 88년 역사의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성우이용원’과 혜화동 골목을 지키고 있는 47년 역사의 보성문구사가 좋은 예다. 고려대 명물이던 ‘영철버거’도 경영난에 따른 폐업 이후 학생들의 모금으로 지난 11월 다시 문을 열었다. 서울서 가장 오래된 빵집인 ‘태극당’은 중구 장충동 본점만 남았지만 3대째 경영을 이어가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급속하게 사라져가는 근·현대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2012년부터 ‘서울 미래유산 보존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대중의 추억이 소멸되는 틈새로 복고라는 과거의 기억이 부활하는 아이러니한 현상도 나타난다. 기성세대는 향수를, 젊은 세대는 호기심을 느끼게 하는 것들이다. 대학가에는 1980년대 386세대가 애용했던 대자보가 등장했다. 서점가에는 손글씨·필사책·컬러링북 등 아날로그 아이템이 재등장했다. 유통패션업계는 복고열풍에 기대어 흘러간 유행의 아이템이 등장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우리 사회는 시공간의 압축이라고 할 정도로 근대적 전환이 너무 빠르다”면서 “최근 복고열풍은 대중문화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또 “자본의 논리에 따라 쉽게 사라질 위기에 처한,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건물과 장소를 문화트러스트 형태로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말로 신사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했다. 국내서는 임대료가 저렴했던 구도심에 둥지를 틀었던 가난한 예술가나 소규모 자영업자가 대규모 자본의 유입으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서울에선 신촌·홍대·합정, 압구정동, 대학로, 인사동,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성수동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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