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 방위산업]②국산 K2전차·T-50 항공기, 외산 SW없인 무용지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육군의 주력 전차인 K2흑표전차는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현대로템 등이 협력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무기체계다. K2전차의 특징 중 하나가 우리나라 산악지형에서도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현수장치(서스펜션)다. K2전차의 암내장형(in-arm) 유기압 현수장치는 주행 시 진동과 충격을 흡수해 안정된 차체를 유지한다. 사격의 정확도를 높여주고 임무를 수행하는 승조원의 승차감도 보장한다. 특히 K2전차는 현수장치를 조절해 자유자재로 차체의 앞뒤 좌우를 조절할 수 있다. 차체 앞을 낮추면 포신의 각도를 낮춰 하향 사격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차체 뒤를 낮추면 포신의 각도를 높여 상향 사격을 할 수 있다. 차체 전체를 낮추면 적의 전차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으며, 차체를 높이면 지면이 고르지 못한 험지를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무기체계 OS 등 핵심 SW 국산화 도전

이같은 현수장치를 제어하는 시스템은 소프트웨어로 구동된다. 이중 핵심이 실시간 운영체제(RTOS)라는 소프트웨어다. RTOS는 컴퓨터를 구동하는 ‘윈도우’와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같은 운영체제를 의미한다. 주로 이런 무기체계의 실시간·고신뢰성 시스템에 탑재되는 RTOS는 지정된 제한 시간 내에 확실한 출력을 보장한다. K2전차가 국산 무기체계이긴 하지만, 10여개의 내장 컴퓨터를 구동하는 RTOS는 모두 외산이다.

하지만 최근 K2전차의 현수제어장치에 탑재되는 RTOS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3차 성능개량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또 K2전차의 차량제어장치와 고속무선통신기, 자동 장전장치 등도 국산 RTOS로 대체하는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그래픽=이서윤 기자]

국산 항공기에도 RTOS를 탑재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의 ‘항공기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Air-Best) 과제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융합SW 실증확산지원’을 통해서다. 항공기 제조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컴MDS는 기술 협력을 통해 T-50(FA-50) 임무컴퓨터에 국산 RTOS를 적용했다. 임무컴퓨터는 항공기의 엔진·전력공급장치·연료 공급장치·방향 제어 장치·레이더 장치 등의 기계장치를 제어하는 컴퓨터다. 국산 RTOS를 탑재한 임무컴퓨터는 비행시험까지 성공하며 향후 한국형전투기(KF-X)와 소형무장헬기(LAH) 등에 적용될 수 있는 성능을 입증했다.

국산 무기체계 핵심SW 97%가 외산

사실 국산이라고 얘기하는 무기체계에 내장된 상당수 컴퓨터는 외산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동된다. 무기체계 소프트웨어는 크게 RTOS와 같은 운영체제(OS)와 데이터분산서비스(DDS) 등의 미들웨어, 그리고 데이터관리시스템(DBMS), 응용프로그램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응용 프로그램을 제외한 나머지 소프트웨어의 97%가 외산이다. 국방품질연구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산 무기체계 중 화력무기체계에 탑재된 OS 1건과 함정무기체계에 탑재된 DBMS 10건 정도만 국산 소프트웨어였다. 종류별로 보면 OS 부분의 경우 미국 윈드리버사(社)의 ‘VxWORKS’가 51%를 점유하고 있고 40%가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윈도우 계열이다.

OS와 응용 소프트웨어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하는 DDS 등의 미들웨어의 경우에는 100%가 외산이다. DBMS의 경우에도 ‘MS SQL’과 ‘MS Access’ 등 80% 가까이가 외산 소프트웨어로 돼 있다.

現 국내 무기체계SW 기술은 응용SW 중심

이같은 외산 종속 현상은 과거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무기를 해외에서 구매해 방위산업 자체가 크게 발전하지 못한데다 투자도 미흡했기 때문이라는게 관련 업계 분석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선진국에서는 소프트웨어를 핵심 기술로 분류해 기술이전을 철저히 통제해 왔는데, 이 또한 국산화를 저해하는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기술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응용 소프트웨어 분야는 상당수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OS 등 핵심 소프트웨어 분야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소프트웨어를 수입해 각 체계를 종합하는 형태로 국산무기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지난 2015년 11월 사천공항에서 T-50의 국산 항공 실시간운영체제(RTOS) 비행시험 이후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한컴MDS 관계자 및 공군 조종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컴MDS]

국방기술품질원의 ‘2015 국가별 국방기술 수준조사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미국을 100점이라고 한다면 75% 수준이다. 이에 따라 선진 16개국 중 14위에 머물러 있다. 미국(100)·영국(90)·프랑스(89)·독일(88)과 같은 선진국에 비하면 기술격차가 3~5년 정도 차이가 난다. K2전차와 T-50 항공기 등 국산 무기체계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RTOS를 적용하려는 것은 무기체계 소프트웨어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줄이는 의미있는 시도라는 평가다.

한컴MDS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OS와 같은 시스템 소프트웨어 플랫폼 확보에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자체 기술과 인적 자원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국산 무기체계의 핵심 소프트웨어를 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며, 첨단 무기체계의 성능 구현도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