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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트럼프발(發) 약(弱)달러가 지속되자 유럽 일본 중국의 경계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달러화 약세로 인한 자국 통화 강세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 때문에 국제금융시장이 글로벌 환율전쟁의 소용돌이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해 달러화 가치가 10% 가량 하락하는 동안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유로화 가치는 각각 4%, 14%, 7% 정도 상승했다.
올해 들어 이런 경향이 더 심화됐다. 올해 초부터 지난 16일까지 각국 통화 가치를 분석해보니, 달러화는 추가적으로 3%께 평가 절하됐다. 반면 엔화는 올해만 7%께 올랐다. 위안화와 유로화의 경우 각각 3%, 3% 넘게 절상됐다.
에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위원은 지난달 “미국이 정치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브느와 꾀레 ECB 집행이사도 “미국이 환율전쟁을 걸어오면 우리는 반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유로화 가치는 소폭 하락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25달러대로 상승(유로화 가치 상승)했지만, 현재 1.22~1.23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 아베노믹스의 근본적인 정책 목표 자체가 엔저(低)일 정도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달 달러·엔 환율이 1년여 만에 최저치를 보이자(엔화 강세) “일방적으로 편향된 움직임”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금융시장 고위인사는 “미국의 일방적인 약달러 정책은 글로벌 환율전쟁을 촉발시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이다. 협상력도, 발언권도 기축통화에 준하는 주요국 같지 않은 탓이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우리나라는 정치적 발언권이 약해 달러화 약세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가 원화를 인위적으로 약세로 만들 경우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수 있다. 결국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