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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에 있는 한 건설현장. 다양한 상업시설이 들어설 축구장 10개 넓이 건설현장에서 덤프트럭 10여대가 공사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흙을 실어 나르느라 분주했다. 한쪽에서는 건물의 뼈대인 강구조물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전문건설업체 A사 김 사장은 오는 7월부터 근로시간을 기존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인다는 정부 방침에 하청업체 입장에서 마땅한 현실적인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 전체 인력은 300명이 살짝 넘어 당장 다음 달부터 직원들을 52시간 이상 근무시킬 수 없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로 이뤄진 원청업체들은 어느 정도 버틸 여력이 있다고 하지만 영세 중소건설업체들은 사활이 달린 문제다. 원청이 쉬는데 하청업체만 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용직 근로자들로 구멍을 메울 수도 없다. 현장감독 같은 관리인력 없이는 되려 부실시공 문제를 낳을 수 있다.
김 사장이 궁여지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방안은 원청업체와의 재계약이다. 작년 중순 원청업체와 맺은 계약은 근로시간 단축제도 시행이라는 경영상의 급격한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청업체 또한 발주처와 재계약해야 가능한 일이다. 결국 ‘갑’인 원청업체가 ‘을’인 하청업체(하도급업체)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걱정이다. 김 사장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300인 이상 회사에서 퇴사하고 추가 근무가 가능한 업체로 도미노 취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까지 근로시간 단축 대상에 포함시킨 건 대표적 탁상행정”이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업계에서는 법 시행 이후 발주된 공사에 한해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거나 해법 중 하나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은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법이 바뀌기 전에 계약이 됐는데 소급해서 적용하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현행 2주, 3개월 단위로 계산하는 것을 각각 4주(해외 8주), 1년 단위로 늘려줘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