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예정지 주민은 쓰레기더미서 살아도 되나요?"

재개발 동대문 이문1동, 이주 시작후 곳곳 쓰레기더미
책임 미루는 구청·조합…"남은 사람들만 살기 어렵다"
  • 등록 2018-12-23 오전 10:00:30

    수정 2018-12-23 오전 10:00:30

지난 17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일대 곳곳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재개발을 앞두고 이주가 시작된 서울 도심의 한 마을이 쓰레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남은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지만 구청과 재개발조합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 일대는 재개발을 앞두고 주민 이주가 한창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말부터 시작된 1차 이주촉진기간이 오는 29일 마무리를 앞둔 가운데 재개발조합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4000여 세대 가운데 57%가량이 이주를 마친 상태다.

마을 곳곳에 쓰레기더미…“답답한 마음에 직접 치운다”

지난 17일 오전 마을 일대에는 이사를 마친 주민들이 남기고 간 온갖 생활쓰레기가 가득했다. 옷장 같은 가구는 물론이고 전기장판과 의류 등이 곳곳에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일부 골목은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공간을 제외하곤 길 과반이 쓰레기 더미였다. 골목 곳곳에 ‘남의 집 앞에 이사 후 가구 쓰레기 등을 버리지 마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었다.

남아 있는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마을에서 만난 A(81)씨는 “사람이 안 살면 모르겠는데 엄연히 아직 남아 있는 사람이 있는데 마을 꼴이 이게 뭐냐”며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구청 청소과에 연락해서 쓰레기를 좀 치워달라고 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71)씨는 오전부터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나와 집 앞 주변을 치우고 있었다. B씨는 “이곳에서 50년을 넘게 살았다. 바람이 불면 집 주변에 쌓인 쓰레기들이 집 앞까지 날려 틈나는 대로 나와서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며 “누가 치워주지도 않고 가만히 있으니 답답해서 직접 치운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마을 일대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이사 과정에서 발생한 쓰레기가 아닌데도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주민 박모(54)씨는 “다른 마을에서도 쓰레기봉투를 우리 동네에 버리고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의 한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동대문구 “재개발조합 책임” vs 조합 “전부 우리 책임은 아냐”

주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문1동을 담당하는 동대문구는 “청소는 재개발조합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대형폐기물 신고를 한 경우나 종량제 봉투에 제대로 담아서 버리는 경우에는 구청이 치우지만 이 외에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단투기 쓰레기는 재개발조합 책임이라는 것이다. 동대문구청 한 관계자는 “이사하면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면 안 된다는 안내나 무단투기 쓰레기를 치우는 문제는 구청이 아니라 재개발조합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조흥환 재개발조합 이사는 “쓰레기 관련 민원이 많아 재개발조합에서도 계속해서 나가서 치우고 있다”면서도 “무단투기하는 사람들 가운데선 분리수거 개념을 잘 모르는 외국인도 많아서 조합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민원이 하도 많이 들어와 구청에서 지정한 청소업체에 문의를 했는데 이 업체에서도 이주촉진기간에 이사가 집중되는 바람에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쓰레기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쓰레기로 인한 남은 주민들의 불편은 계속될 전망이다. 재개발조합 측은 오는 29일까지 이주율 61%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고령의 주민과 상가세입자 등 상당수가 뚜렷한 이주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거의 평생을 여기서 살았는데 이 나이 먹고 어딜 가겠느냐”며 이사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B씨 역시 “내년 5월 안에는 이사를 가고 싶지만 집을 얻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의 골목길에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문동 마을공동체 `도꼬마리` 관계자는 “주민·상인들이 보기엔 구청과 조합 양측 모두 쓰레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남아 있는 주민이 최소한의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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