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화를 기억해낸 사람은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조너선 로젠버그 수석부회장이다. 구글문화를 드러내는 이 단적인 예는 기존의 기업문화가 얼마나 ‘전진’을 가로막고 있는가를 뒤집어 전한다.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는 문화’와 ‘상상조차 못하는 문화’의 차이다.
사용자 10억명을 넘긴 구글 맵, 스마트폰 80%에 탑재된 구글 안드로이드, ‘타임’ 선정 최고의 발명품이 된 구글 글라스, 5년 만에 7억명을 끌어들인 웹·모바일 통합 브라우저 크롬 등. 이 모두는 하나로 묶인다. ‘기존과 다른 기업’ 구글이다. 여기엔 ‘학습하는 동물을 채용’하고, ‘공개를 기본설정’으로 삼고, ‘계급이 아닌 관계’를 설정하고, ‘히포(최고 급여를 받는 이의 의견)를 듣지 말라’는 특이한 ‘강령’들이 포함됐다.
가장 선두에서 구글을 이끄는 슈미트와 로젠버그의 생생한 목소리가 묶였다. 1998년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창업한 이래 16년간 40여개국 종업원 5만명으로 뻗쳐나간 구글의 겉과 속에 관해서다. 문화·전략·재능·결정·소통·혁신 등의 카테고리를 세우고 현장과 철학을 캐냈다. 하나씩 연결해 조합하면 구글의 거대한 윤곽과 디테일한 채색이 완성된다.
▲혼란의 미덕…복잡할수록 좋다
사무실이 지저분하다? 구글에선 ‘그대로 놔둬야’ 한다. ‘지저분’이 목표가 될 순 없지만 자기표현과 혁신의 부산물이란 점에서 좋은 신호란 거다. 성향을 억누른다면 놀라울 정도로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단다. 구글이 다른 기업과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이 ‘혼란’이다.
▲구글이 가장 중시하는 개념?
전문성과 창의력. 슈미트와 로젠버그는 구글의 키워드이자 개념으로 이 두 가지를 꼽았다. 직원을 채용하는 기준이자 구글다움을 만들어내는 기둥이며, ‘인터넷 시대 지식노동자’와는 동의어다. 한편으론 구글이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제공하는 이유기도 하다. 왜? 다시 전문성과 창의력을 끌어낼 수 있으니까. 그러곤 어느 직원이라도 아이디어에만 매달리고 서로 할 말은 하게 하는 문화라는 걸 강조한다. 당연히 ‘아이디어’의 질적 수준이 ‘누가 말했느냐’보다 중요하다. 덕분에 ‘달을 향해 쏴라!’ 같은 당황스러운 구호조차 상상을 넘은 현실이 될 수 있었다.
시장조사나 마케팅경영을 외면하는 것도 남들이 따라 하기 쉽지 않은 특징이다. 오로지 기술혁신에만 승부를 걸겠다는 자신감. 목표는 단지 경쟁사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혁신을 이루는 데 있다고도 했다. ‘악해지지 말자’란 슬로건이 여전히 유효할 수 있는 배경이란다.
▲베조스의 ‘피자 두 판 규칙’
슈미트와 로젠버그는 기업백과에서 아주 경멸받는 용어가 ‘조직개편’이란 데도 이견이 없다. 그냥 흐르는 대로 두라는 거다. 어떻게 조직할 건가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고 그저 수평적이면 된다고 했다. 일의 마무리를 위해 의사결정권자와 직접 맞부딪히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은하계까지 고려한 프로젝트
‘9 to 5’의 철칙을 깨고 건물 사이를 오가는 자전거, 인공 암벽코스, 코스요리를 갖춘 구내식당까지. 구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들이지만 여기에만 시선을 뺏길 일은 아니다. 기업이 성공해서 그런 조건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런 조건이 있어서 기업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슈미트와 로젠버그가 끝까지 놓치지 않은 건 구글다운 가치는 환경을 아우른 제품과 철학을 품은 프로젝트서 나왔다는 것이다. ‘행성 간 인터넷’ 프로젝트가 대표적. 25년 뒤를 내다봤다는, 은하계까지 고려한 발상은 내일에만 연연한 소심한 구상과는 스케일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의 자긍심은 이쯤에 잔뜩 배어 있다. 구글문화라는 게 치밀한 설계만으로 꾸려지진 않았다는. 어찌 대놓고 반박하겠는가. 비전을 곧바로 전략으로 삼는 일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