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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우리 외환당국은 매해 4월과 10월 언저리만 되면 극도의 긴장감이 돈다. 3월 중하순인 딱 이맘때다. 다름아닌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 때문이다.
미국의 환율정책은 2년 전인 지난 2016년부터 더 강경해졌다. 미국 재무부는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에 따른 환율보고서를 2016년 4월 처음 냈다. 1988년부터 발간했던 환율보고서의 연장선상이지만,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 지정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이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불안의 강도를 확 높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상대로 노골적인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대해 “미국 통상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예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고 토로했을 정도다.
금융시장 인사들은 그럴 때마다 “과거와 비교해 당국이 이상하리만치 손을 놓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안동현 자본시장연구원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유럽 등보다) 정책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켜보는 것 외에는 대응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가 56년 만에 외환시장 개입 내역의 공개를 전격 검토하는 것도 미국의 전방위 무역 압박 영향이 커 보인다. 철강 고관세 등 노골적인 무역 보복 와중에 다음달 환율조작국까지 지정될 경우 사태가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개입 내역의 비공개 원칙을 고수해 왔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특성상 환율정책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앞으로다. 외환당국 인사들은 “개입 내역 공개가 정책의 변화를 뜻하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분간은 원화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게 유력하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화 가치 상승은 수출 경기에 부담으로 작용해 경기 흐름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환율 압박에 따른 최근 대미(對美) 수출 급감은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