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신용등급(등급·아웃룩 등) 상향 건수는 총 5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63% 급증했다. 신용등급 상하향 배율도 1배를 넘어섰다. BBB급 이상 투자등급에서의 상·하향배율(Up·Down Ratio)은 4월 1.0배에서 5월 말 1.33배로 크게 상승했다. 등급상하향배율은 등급 상향조정 기업 수를 하향조정 기업 수로 나눈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하향 조정이 많다는 의미다. 2015년 0.2배, 2016년 0.58배, 지난해 0.65배를 기록하며 하향 기조가 뚜렷했지만 올 들어 상향 기조로 전환한 것은 물론 그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수년간 등급 하향 조정이 여러 차례 이뤄지고 구조조정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철강, 해운, 건설 등 주요 취약업종들의 실적이 개선되기 시작한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의 금리 인상 본격화와 보호무역주의로 국내외 경기에 대해 경고가 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급격한 변화가 다소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특히나 신평사들이 등급 기조 전환 시점에서 이슈 선점을 위해 경쟁적으로 등급을 올리는 경우 등급 쇼핑이나 부실 평가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OCI(010060) 미래에셋대우(006800) SK하이닉스(000660) KB증권 등 이슈 기업에 대해 신평사들이 경쟁적으로 등급을 올리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국유기업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부실 평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등급 경쟁까지 벌어지면 힘들게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한순간일 수 있다. 등급 하향 경쟁도 문제지만 상향 경쟁의 경우 일감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 아직은 신평사 스스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된다. 신평사들이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경쟁사의 등급이 아닌 기업의 재무제표와 비지니스 모델, 국내외 경제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