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쌀 한가마니와 고봉밥의 추억

  • 등록 2018-10-25 오전 5:30:01

    수정 2018-10-25 오전 5:30:01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얼마전 케이블TV 채널을 돌리다 1980년대 제작된 드라마에서 가사도우미를 둔 부잣집 가족들이 한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근엄한 아버지와 자녀들의 밥상에 놓인 밥그릇이 하나같이 고봉밥이 차려져 있는 장면에 실소가 나왔다. “옛날에는 밥을 저렇게 많이 먹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밥공기 안의 양보다 밥공기 밖의 더 많은 고봉밥은 어릴 적 조부모님 댁에 놀러갔을 때 할머니가 퍼주시던 밥 한그룻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요즘 밥그릇은 서너 숟가락만 담아도 채워질 정도로 작다. 언제부터인가 밥을 적게 먹는 분위기다. 식당에 가면 아예 밥공기는 열어보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날씬한 몸매를 위해서’라든가, ‘탄수화물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염려로 공기밥 한 그릇조차 다 먹지 못하고 남길 때가 많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 해마다 줄어

벼 품종 개량으로 생산량이 늘어나고 밥도 적게 먹다보니 쌀이 남아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최근 10년간 쌀 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3년 67.2kg에서 해마다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는 61.8kg까지 떨어졌다. 올해는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59.1㎏으로 사상 처음으로 60kg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올들어 때아닌 쌀값 상승이 이슈가 되고 있다. 시중에는 ‘정부가 북한에 쌀을 지원해서 쌀값이 올랐다’는 가짜뉴스까지 나돌았다. 이달 초 산지 기준 햅쌀 한가마니(80㎏) 가격은 19만4772원으로 최근 5년 평균보다 18.7% 높은 수준이다.

올해 쌀값이 많이 오른 건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쌀 소비 감소를 고려한 정부의 생산조정 정책에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악화가 겹치면서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작년보다 약 10만톤(t)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올해는 5년마다 돌아오는 쌀 변동직불금 목표 가격을 정하는 해다.

쌀값 기준 한가마니 80kg 수량 기준 바꿔야

농업계는 2018~2022년 쌀 한가마니 값이 산지 기준 최소 20만원 이상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0년 전 쌀 한가마니 가격이 14만9000원이었고,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지난해 쌀 한가마니 가격은 12만원대로 폭락하기도 했다. 전체 농가의 절반 이상이 경작하는 쌀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쌀값의 급등락은 정부 정책의 실기다. 쌀값은 농가 소득안정 뿐만 아니라 소비자 물가, 정부 예산지원 규모까지 고려해야 한다.

최근 쌀 생산자단체에서 쌀값 기준을 현행 한가마니 수량인 80㎏에서 소비자가 주로 구입하는 수준으로 낮추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통계청은 이미 쌀값 통계를 내는 기준을 20㎏으로 바꿨다. 현재 80㎏당 18만8000원인 정부의 쌀 목표가격을 일반 소비자가 주로 찾는 10㎏으로 바꾸면 2만3500원이 된다. 쌀 수량 기준을 바꿔 약 100g인 밥 한공기가 235원이라는 쌀의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 식당에서 공기밥을 무심코 남기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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