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조작국 해제 선물에 中이 냉랭한 이유

미·중 1단계 무역합의 이틀 앞두고
미국 재무부 "중국 환율조작국 해제"
5개월새 달라진 무역전쟁 기류 영향
"법적 근거 없는 정치 논리" 비판도
  • 등록 2020-01-15 오전 1:23:22

    수정 2020-01-15 오전 1:23:22

[그래픽=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베이징=신정은 특파원] 미국이 13일(현지시간) 중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전격 해제한 것은 1단계 무역합의를 이틀 앞둔 상황과 직결돼 있다. 미국이 각종 논란에도 지난해 8월 환율조작국 지정을 강행한 이후 5개월 만에 이를 푼 것은 중국을 향한 ‘선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환율보고서를 뚜렷한 기준 없이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조작국이라는 모자(프레임) 자체가 씌어지지 않았어야 했다”는 중국 측의 미적지근한 반응이 그 방증이다.

美 “중국, 외환시장 개입 정보 공개”

미 재무부의 이번 발표에서 단연 주목할 건 중국이다. 재무부는 이날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자국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위안화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지양하고 환율 등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할 것을 약속했다”며 환율조작국 아래 단계인 관찰대상국으로 새로 지정했다. 관찰대상국은 제재가 가해지기 직전의 경고 성격이다. 중국이 미국에 약속한 것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 △인민은행과 국영은행간 관계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부합하는 방향의 국제수지 개선 등이다.

미국은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200억달러 초과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초과 △외환시장 달러화 순매수 비중 GDP 대비 2.0% 초과 등 나름의 지정 요건이 있다.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대미교역액 400억달러 이상(2018년 7월~2019년 6월) 20개국을 평가했고, 중국의 경우 4010억달러 무역 흑자로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며 관찰대상국이 됐다.

다만 미국의 관찰대상국 지정 과정은 처음부터 논란이 일었다. 중국이 지난해 8월 환율조작국이 됐을 때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한 가지 요건만 충족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당시 “달러·위안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 7위안을 넘고 있다(위안화 가치 하락). 중국 정부가 구체적인 환율 관리 조치를 취했다”며 환율조작국 지정을 강행했다. ‘달러당 7위안’을 중국이 용인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의문이 제기됨에도 불구, 환율조작국이라는 오명을 씌운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이 판단을 바꾼 이면에는 미·중 무역전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5개월 전에는 무역 갈등이 격화했던 반면, 지금은 완화 기류라는 것이다. 중국 측 대표인 류허 부총리는 오는 15일 미국 측과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번 합의는 2년 가까운 무역분쟁 이후 처음이다. 미국이 환율보고서 카드까지 꺼낸 건 이번 합의에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시장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22.78포인트(0.70%), 95.07포인트(1.04%) 상승한 3288.13, 9273.93에 장을 마쳤다. 둘 모두 사상 최고치다. 위안화 가치도 올랐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달러·위안 환율은 6.8777위안에 거래됐다. 6.9위안선을 하회한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美, 오직 정치적 이유로 결정” 비판도

환율조작국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는 비판은 적지 않다. 미국의 입맛에 맞게 왜곡될 여지가 크다는 점이 이번에 입증됐다는 것이다. 채드 바운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1단계 무역합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는 점과 중국이 조작 오명을 쓰는 걸 탐탁치 않아 한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납득이 간다”면서도 “명백히 말해 법적·경제적 근거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환율조작국 해제는 전적으로 정치적인 이유로 결정됐다”고도 했다.

중국 측 반응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웨이보 계정을 통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환율조작국이라는 모자 자체를 원래 중국의 머리에 놓지 않았어야 했다”며 “미국은 비웃음거리가 됐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이 환율 문제를 정치화하는 낡은 수법을 중국에 쓴 건 통하지 않을 운명이었다”고 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원래 환율조작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난 5개월간) 두 나라 사이에 어떤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이런 식이라면) 향후 2차 무역협상 과정에서 중국이 다시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환율조작국 해제 소식에도 중국 증시는 오히려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 대비 8.75포인트(0.28%) 내린 3106.82포인트에 마감했다. 선전성분지수는 4.23포인트(0.23%)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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