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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사진 왼쪽)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 직후 미 야당인 민주당 서열 1위인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을 북북 찢은 행동을 두고 워싱턴 정가가 시끄럽다. 백악관·공화당은 이를 민주당의 옹졸함과 당파성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규정, 총공세를 편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의 ‘거짓말 연설’에 대한 반응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촉발된 작금의 탄핵정국에 따른 극도의 분열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했다.
백악관 “옹졸”…당은 ‘기립박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뒤편 연단에서 펠로시 의장과 나란히 앉아 국정연설을 청취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펠로시 의장이 연설문을 찢고 있는지, 헌법을 찢고 있는지 확실히 알지 못했다”며 “나는 (이 행동을) ‘새로운 바닥’을 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펠로시 의장을 비판했다.
반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당 내 인사들과 가진 비공개 회동에서 연설문을 찢은 이유에 대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 (단상에 올라) 나와 악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그(트럼프 대통령)가 진실을 갈기갈기 찢어놓았기 때문에도 나도 그의 연설문을 찢은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회동에서 참석자들은 펠로시 의장의 발언에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펠로시 의장의 행동을 전적으로 옹호한 셈이다. 앞서 펠로시 의장은 전날 국정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거짓말 선언문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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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탄핵을 주도한 낸시 펠로시 의장은 처음부터 탄핵 찬성론자가 아니었다.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은 현 상황을 예측했고, 이는 탄핵 역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펠로시의 당시 논리였다.
펠로시 의장의 생각이 확 바뀐 건 지난해 9월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본격화하면서다. 이 스캔들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꺾을 최적임자, 즉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엮여 있다. 이 문제를 손 놓고 있으면 자칫 트럼프 대통령의 ‘바이든 죽이기’ 전략에 말리는 것은 물론, 민주당의 경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 결국 탄핵 찬성론자로 돌아섰다는 게 정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