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세기 효성, 아들에게 남기는 사자성어는?

  • 등록 2013-11-01 오전 8:00:00

    수정 2013-11-01 오전 8:58:39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11월 1일 창립 47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효성(004800)그룹의 공기가 무겁다. 공교롭게도 탈세·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회장이 차명대출 의혹에 대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날이다.

국감 마지막 날 조 회장의 증인 출석 여부는 하이라이트로 꼽히며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출석해도 국회의 갖은 질타가 기다리고 있고, 안 나가도 비난을 면키 어려운 힘든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로 재계에서도 원로로 꼽힌다. 재계 서열 26위 그룹의 총수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일경제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그러한 그가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에 이어 측근들의 검찰 소환, 연일 제기되는 의혹으로 벼랑 끝에 서 있다. 하지만 조 회장에게 이번 사건보다 더 가슴 아픈 일은 경영승계를 둘러싼 세 아들의 불화가 세상에 알려진 일이다.

조 회장은 그동안 자식 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 다른 총수들의 부러움을 사왔고, 자부심도 대단했다. 세 아들 모두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학력과 재능을 갖췄고, 지난 10여 년 간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하지만 모두 잘난(?) 탓이었을까.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형제간 갈등이 내부고발로 이어져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검찰 수사 중에도 장남과 삼남의 지분매입은 계속됐고, 경영에서 손을 떼고 법조인의 길을 걷겠다던 차남은 그룹을 상대로 차명대출 의혹을 제기해 세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효성그룹 내에서는 창업주인 고 조홍제 회장이 생전에 조석래 회장을 비롯한 아들 3형제에게 들려준 글귀가 종종 회자 된다. 고 조홍제 회장은 조석래 현 효성 회장에게는 숭덕광업(崇德廣業·덕을 숭상하면 사업이 번창한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에겐 자강불식(自强不息·쉬지말고 노력하라), 조욱래 전 동성개발 회장에겐 유비무환(有備無患·미리 준비하면 걱정할 것이 없다)이란 글귀를 남겼다. 3형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때, 부친이 물려준 글귀 모두 2세들의 성격과 기질을 너무나 잘 파악한 뒤 던진 메시지라는 평가다. 창립 47주년을 맞은 효성그룹, 사람으로 치면 하늘의 뜻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50세)을 바라보고 있다. 선친과 같이 아들 3형제를 둔 조석래 회장은 세기를 뛰어넘는 뿌리 깊은 효성을 만들기 위해 위기 속 기로에서 지금 아들들에게 어떤 글귀를 남기고 싶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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