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증세 안해…조세특위가 선거 후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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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내년에는 소득세나 법인세,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명목세율(법으로 정한 세율)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도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꼭 필요한 최소한의 개혁으로 금년은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기재부도 증세 안이 빠진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초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국정기획위는 올해 하반기 정부 내 조세·재정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증세 등 새 정부 중장기 조세 개혁 논의를 이 기구에 맡길 것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증세는 전문가 등으로 이뤄진 별도 기구가 국민 합의를 구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조세·재정 특위는 올 하반기 조세 개편 논의를 시작해 내년에 중장기 조세 개혁 밑그림과 추진 일정 등을 담은 보고서를 대통령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정기획위는 개혁 방향이 대기업과 대주주, 고소득자, 자산가 과세 강화 등 ‘부자 증세’와 이로 따른 소득 재분배 강화에 있다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기조도 공식화했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세부 증세 안을 내놓고 일부를 바로 세법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본격적인 증세는 바꾼 세법을 적용하는 2019년부터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정부가 세금 인상 시기를 늦추고 별도 논의 기구를 만들기로 한 것은 증세가 부를 반발을 우려해서다.
국정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 안에 증세의 ‘증’자만 꺼내도 일단 안 된다고 손부터 내젓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참여정부 때 종부세를 도입하면서 홍역을 치렀던 데 따른 트라우마가 상당한 것 같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새 정부에서 증세 논의는 처음부터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고 내년 선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증세에 소극적인 정부 태도가 공약 후퇴로 이어지거나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논란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공약 이행 재원은 결국 세금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 등 문 대통령 대선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5년간 총 178조원, 연간으로는 35조 6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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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선 당시 약속을 일찌감치 어기는 것이다.
문 대통령 대선 공약집을 보면 애초 초과 세수는 공약 이행 재원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공약 재원으로 돌리고 증세 부담은 줄이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5년간 정부 지출과 수입을 대략 추산한 기재부 재정 운용계획을 보면 올해부터 2020년까지 정부의 초과 세수는 42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재부는 예상하고 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금도 매년 정부가 쓰는 돈이 들어오는 돈보다 많아 적자가 나는 상황”이라며 “기재부가 보수적으로 예측했다가 이보다 더 걷히는 세금을 공약 이행 재원이라며 꼬리표를 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도 “초과 세수는 일종의 어음으로 경기에 따라 들쭉날쭉할 수 있다”며 “증세라는 정공법을 통한 공약 이행 재원 마련 계획을 분명히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