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온 편지-브렉시트 리포트]⑤차기 영란은행 총재는 영국인? 외국인?

카니 총재 임기 2019년 6월 끝나.. 영국 정부, 후임 물색 골머리
  • 등록 2017-08-24 오전 6:00:00

    수정 2017-08-24 오전 6:00:00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전 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간 협상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내에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들이 가시화하는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2단계 협상이 연기될 것이란 관측과 아예 무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의 불확실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의 경제와 자본시장은 브렉시트라는 변수로 이미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영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브렉시트 변수가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런던 현지의 이민정 통신원이 5회에 걸쳐 관련 이슈들을 연재해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마크 카니(오른쪽) 영란은행 총재 영국 이브닝 스탠더드 캡쳐
현재 영국에서는 차기 영국중앙은행(영란은행, BOE) 총재가 누가 될지 관심이 뜨겁습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영란은행의 마크 카니 총재는 영국인이 아닙니다. 카니 총재는 영국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아 영국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영국 생활 경험도 있지만, 엄연히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이죠. 그는 영란은행 총재로 부임하기 전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에 올랐습니다. 전 세계로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혼란 속에서 캐나다 경제가 큰 풍파 없이 헤쳐나가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래서 금융강국의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이 구겨지는 자존심을 무릅쓰고 자국의 통화정책을 외국인인 카니 총재에게 맡깁니다. 2013년 7월 영란은행 총재로 취임한 카니 총재의 임기는 원래 5년으로 2018년 6월까지였는데,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하자 영국이 EU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기여하겠다며 임기를 1년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카니 총재는 영국이 EU와 시작한 브렉시트 협상이 연장한 임기인 2019년 6월까지 마무리되든 되지 않던 그때는 무조건 영란은행 총재직을 떠나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지금이 2017년 8월이니 카니 총재의 임기까지는 약 1년 10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왜 벌써부터 영국에서는 차기 영란은행 총재에 대한 관심과 하마평이 무성할까요. 영란은행은 차기 총재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임 총재 임명 최소 7~8개월전에는 지명자를 발표합니다. 결국 영국 정부가 카니 총재의 후임을 물색하는데 가진 시간은 1년 남짓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영국 정부는 현재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EU를 나오겠다고 결정해놓고 EU안에 있으면서 누렸던 권리들은 대부분 유지하겠다고 요구하고 나서니 EU가 받아들일 리가 없죠. 그동안 차기 영란은행 총재로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 특히 스탠리 피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 글렌 스티븐슨 호주 중앙은행 총재 등은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이민자들 정리에 칼을 빼든 마당에 다른 외국인 총재를 받아들이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영국 내 분위기에 현실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브렉시트라는 영국 경제의 명운이 걸린 절대 절명한 상황에 영국 경제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영국인이 총재가 돼야 한다는 여론이죠.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 협상에 더해 차기 영란은행 총재 물색이라는 고민까지 안게 됐습니다.

현 시점에 차기 영란은행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로 앤듀르 베일리가 있습니다. 그는 영란은행에서 30년 넘게 일해온 뱅커로 한 번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영란은행 통화정책위원회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통화정책분석에 통달한 이코노미스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벤 브로트벤트 영란은행 부총재도 차기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만 그는 영란은행의 핵심 업무 가운데 하나인 금융규제 부문 경험이 적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현재 거론되는 유일한 여성 후보로는 샤론 화이트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Ofcom 의장이 있고요. 앞서 유력한 총재 후보로 꼽혔던 앤디 홀데인 영란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뜻이 없다고 에둘러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중앙은행 박물관 사진:이민정
런던 금융의 중심지 뱅크 지역에 영란은행이 있습니다. 뱅크 튜브역(전철역)을 빠져나오면 바로 앞에 있죠. 일반인들이 중앙은행을 갈 일은 별로 없죠. 다만 현재 영란은행은 지폐를 위생적이고 재활용도 가능한 플라스틱 화폐로 순차적으로 바꾸고 있는데요. 5파운드 구권은 더 이상 통용이 안 되니 신권으로 바꾸려면 영란은행으로 가야 합니다. 저도 가지고 있던 5파운드 구권을 신권으로 바꾸고 영국중앙은행 건물도 구경할 겸 영란은행으로 갔습니다. 친절한 경비원의 안내에 따라 중앙은행 1층에 마련된 신권 교환소에 가서 지폐를 교환하면서 영란은행 내부를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처럼 영란은행 바로 옆에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박물관이 있습니다. 화폐의 역사, 동전과 지폐의 변천사,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등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죠. 구경하러, 또 배우러 온 어린 학생들로 늘 북적거립니다. 한국은행 박물관과 다른 점이 또 있다면 전시해 놓은 금괴가 진짜 금이라는 것이죠. 만져보고 또 들어볼 수 있도록 해보았으니 묵직한 금괴를 손으로 만져보고 싶은 분들, 영국의 중앙은행 박물관은 어떻게 생겼나 구경하고 싶은 분들은 영란은행 박물관을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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