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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데이터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올해 1~9월 판매된 전기차는 총 6만 9023대로 지난해 판매량(4만6677대)을 훌쩍 뛰어 넘었다. 올해 들어 전기차 모델이 다양화하면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한몫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SUV가 대세 차종으로 자리 잡은 만큼 전기차 시장에서도 SUV를 선호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1만 4592대를 기록한 현대차 ‘아이오닉 5’였다. 아이오닉 5는 출시 당시부터 넓은 공간을 장점으로 홍보해왔다. 아이오닉 5 다음으로 많이 팔린 차량은 8465대의 테슬라 ‘모델 Y’였다. 지난해 1만대 넘게 팔린 테슬라 ‘모델 3’은 7784대를 기록했다. SUV인 모델 Y가 출시되자 뒤처졌다.
국내에선 대형 차량과 고급 차량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소형 전기차는 쉽게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야심차게 출시한 ‘르노 조에’는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10만대를 넘게 판매하며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가 됐지만 국내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르노 조에는 올해 1~9월 단 66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해외에선 작은 전기차 인기…실용성 중시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경·소형 전기차가 약진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경형 전기차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분기 약 5%에서 올해 2분기엔 약 15%까지 성장했다. 판매대수도 같은 기간 1만대 미만에서 4만대 이상으로 증가했다. 폭스바겐의 ‘이업’(e-up!)과 피아트의 ‘500 일렉트릭’(Electric), 르노의 ‘트윙고’ 등 여러 경형 전기차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그 배경엔 주행거리 등 성능 향상과 정부의 지원 정책, 맞춤형 전략 등이 깔려있다. 유럽 내 판매 호조엔 낮은 가격 구간에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역진적 구조가 영향을 끼쳤다. 중국은 전기차의 번호판 구매 가격을 면제해준다. 또 원가를 절감하되 스마트폰 연동 기능 등을 도입해 실용성을 높이면서 젊은 층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자동차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시장에서 경·소형 전기차가 자리잡기 위해선 소비자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례를 봤을 때 전기차를 환경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수단이나 혁신 제품을 이용하는 자체에 중점을 두는 소비보다 실용적 소비가 추세가 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주요 완성차 기업에서 경·소형차를 중심으로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예정돼 있어 향후 가격 저감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