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의 힘' 푸틴의 속전속결 침공 어떻게 가능했나

거침 없는 푸틴의 돈바스 침공 행보
시장 일부서 "서방 대러 제재 느슨해"
독일, 러 잇는 가스관 중단 발표에도
에너지 수급난 고민…'일시적' 뉘앙스
러 가스의 힘…유럽 적극 제재 어려워
"서방-러 이해득실 속 우크라만 희생"
  • 등록 2022-02-23 오전 6:52:36

    수정 2022-02-24 오전 1:00:09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돈바스 침공 행보가 거침 없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주·루간스크주)을 병합하기 위한 각본을 오래 전부터 준비한듯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천연가스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생산국으로서 힘이 자리한다는 관측이 있다. 서방 각국은 잇따라 대러 제재를 발표하면서도 돈바스 침공에 대해 군사적인 맞대응까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크림반도에 이어 돈바스가 러시아의 속국이 되는 수순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훈련 지속하는 러시아와 벨라루스 탱크들 (사진=연합뉴스)


거침 없는 푸틴의 침공 행보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상원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요청한 러시아 영토 밖 군대 주둔 요청을 참석 의원 153명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번 승인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푸틴 대통령의 파병 요청은 전날 독립을 승인한 돈바스 지역의 도네츠크 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LPR)에 평화유지군을 보내기 위함이다. 그는 △반군 세력의 독립 국가 승인 △평화 유지를 내세운 러시아군 진입 지시 △DPR·LPR과 우호조약 체결 등을 전날 하루 만에 해치웠다.

이어 의회로부터 파병 승인까지 받으면서 푸틴 대통령은 파병 규모와 활동 지역, 주둔 임무, 주둔 기간 등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해외 파병에 대한 전권을 가진 셈이다.

돈바스 지역은 국제법상 엄연한 우크라이나 영토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일사천리로 침공에 나서고, 우크라이나는 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푸틴 대통령은 상원의 승인 뒤 기자들과 만나 “DPR·LPR과의 우호조약에 두 공화국들에 군사를 포함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도록 규정한 조항들이 있다”며 “필요할 경우 책임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가 북미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중단하고 중립을 유지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그의 거침 없는 행보는 8년 전인 2014년 크림반도 합병 과정과 흡사하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계 주민의 독립 요구를 앞세워 군대 투입, 주민투표, 독립 선언, 러시아 합병 등을 순식간에 이뤄냈다. 돈바스 지역 역시 다수가 러시아인이다. 푸틴 대통령이 크림반도 병합을 참고 삼아 돈바스를 점령하려 한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서방 진영의 느슨한 대러 제재

돈바스 지역이 이미 러시아의 손아귀에 있다는 관측은 서방 진영의 ‘느슨한’ 제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가장 강력한 대러 제재로 꼽히는 독일의 ‘노르트 스트림-2’ 가스관 사업 승인 중단 결정부터 그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최근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다시 평가해야 한다”며 “노르트 스트림-2가 그런 분야”라고 말했다. 노르트 스트림-2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가스관 연결사업이다. 현재 공사는 끝났고, 가동을 위한 승인만 남아 있다.

다만 그동안 독일은 이를 두고 모호한 태도를 취해 왔다. 노르트 스트림-2를 제재하면 러시아에 직접적인 경제 손실을 가할 수 있지만, 독일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탓이다. 독일이 수입하는 천연가스 중 러시아산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가스관 제재는 양날의 칼인 것이다. 게다가 이 가스관은 독일 집권당인 사민당 주요 정치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진행한 프로젝트다.

숄츠 총리는 이날 노르트 스트림-2 중단을 두고 ‘halt’라고 표현했다. 일시적이라는 뉘앙스가 없지 않다. 대러 제재 물결 속에 통상적인 표현인 ‘temporarily halt’로 쓰지는 않았지만, 독일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게다가 가동 중인 노르트 스트림-1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미국의 강력한 설득 속에 일단 중단을 발표했지만, 에너지 수급난이 심화할 경우 언제든 뒤집을 수 있어 보인다.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할 곳은 마땅치 않다.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카타르의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러시아의 생산량을 모두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카타르의 대부분 수출 물량은 장기 계약돼 있어 판매국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수출량의 10~15%만 바꿀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유럽에 큰 소리 칠 수 있는 힘이 여기에 있다. AFP에 따르면 유럽은 전체 가스 수입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서방-러 사이서 우크라만 희생

이외에 유럽연합(EU)은 DPR·LPR 지역과 EU간 무역 금지를 골자로 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영국은 제재 일환으로 러시아가 런던금융시장에서 국채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유럽의 대러 제재는 예상보다 약하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오히려 러시아의 돈바스 점령을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온다. 돈바스 점령 정도로 이번 사태를 마무리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해짐을 뜻한다. 러시아와 서방 진영간 이해득실의 균형을 위해 약소국인 우크라이나를 희생하는 모양새라는 해석까지 가능하다.

이같은 관측에 이날 유럽 주요국 증시는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26% 하락했고,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0.01% 내렸다. 영국 런던의 FTSE 100은 오히려 0.13% 오른 7494.21에 장을 마쳤다. 반면 주요 원자재 가격은 폭등했다. 런던 ICE 거래소에서 4월 인도뷴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99.44달러까지 급등했다. 100달러 시대가 목전에 온 것이다.

(사진=AF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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