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박목월·황순원…탄생100주년 거목8인 한자리

대산문화재단·한국작가회의
강소천·곽종원·박목월·서정주·임순득·임옥인·함세덕·황순원 등 8인
'탄생 100주년 문인 기념문학제' 열어
심포지엄·문학의 밤·문학그림전·시잔치 등 기념행사
  • 등록 2015-05-14 오전 6:41:30

    수정 2015-05-14 오전 9:13:25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강소천, 곽종원, 박목월, 서정주, 임순득, 임옥인, 함세덕, 황순원. 2015년은 한국문학사에서 아주 뜻깊은 해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거장문인 8명이 탄생 100주년을 맞이했기 때문. 시 ‘국화 옆에서’(서정주), 시 ‘나그네’(박목월), 단편소설 ‘소나기’(황순원) 등 너무나도 친숙한 작품을 써온 작가를 포함해 한국문학사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들이 한꺼번에 출현한 건 전례가 없다.

2001년부터 탄생 100주년 문인을 기념해온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는 ‘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를 대주제로 ‘2015년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이하 100주년 문학제)를 펼친다. 민족주의적 관점, 문학사의 역할, 친일·월북 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이들 8명의 문인에 대한 통합과 포용의 문학사를 지향한다.

▲20대 한글로 작품 시작 광복 이후 본격 문학활동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8명의 문인은 시·소설·아동문학·평론·희곡 등 각 장르를 대표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20대에 등단해 한글로 작품활동을 시작, 30세에 맞은 맞은 광복 이후 문단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중 강소천, 서정주, 황순원은 광복 전 작품을 발표해 작가로 공인받았고 이후 곽종원, 박목월, 임옥인 등과 문단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특히 청년기에 조선어 사용금지로 작품활동에 제약을 당했지만 광복 후 나라와 모국어를 되찾은 감격으로 문학에 집중한 것, 또 한국전쟁과 남한 재건 경험도 공유한다. 서정주(동국대), 박목월(한양대), 황순원(경희대) 등이 후진 양성에 힘쓴 것도 주목할 점이다.

100주년 문학제 기획위원장인 이숭원 서울여대 교수는 “8명의 문인은 국권 상실, 광복, 전쟁, 분단, 재건으로 이어지는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를 언어로 살아냈다”면서 “그 이름만으로도 한 시대를 운위할 업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설명이 필요없는’ 서정주·박목월·황순원

지난 7일에는 탄생 100주년 문인 8명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심포지엄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렸다. 하루종일 이어진 행사에서 청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문인은 역시 서정주·박목월·황순원이었다 .

서정주는 김소월과 더불어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시인. 특히 1980년대까지는 이의제기가 불가능한 한국 최고였다. 이 교수는 “‘질마재의 신화’는 한국시의 정상을 보여준다”며 “이후 서정주를 비판한 고은이나 신경림도 영향을 받았을 정도”라고 전했다. 다만 과거 친일 논란과 광복 이후 정치적 선택으로 거센 역풍을 맞기도 했다. 고봉준 경희대 교수는 “서정주의 가장 큰 공은 한국적인 시의 전통을 보여준 것”이라며 “다만 자신이 내걸었던 문학과 다른 삶을 살았던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밝혔다.

박목월은 재조명이 필요한 시인으로 꼽힌다. 시 ‘나그네’에 갇힌 한량 이미지를 벗겨내, 삶의 고단함을 노래하고 지적인 시를 쓴 중기 이후까지 포괄해야 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1930년대 정지용·백석·임화와 1950년대 김종삼·김수영·신동엽에 비해 박목월은 과소평가됐다”며 “시 ‘층층계’에서 보듯 한국전쟁 이후 현실의 아픔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황순원은 유명단편 ‘소나기’만으로 이해할 수도 이해해서도 안 되는 작가다. 이 교수는 “광복 이후 사회현실과 인간문제를 과감하게 다룬 작가”라면서 “정상에 있으면서도 문단정치나 세속정치에 관여하지 않고 1970대 초반까지 작품활동을 한 이는 황순원이 유일하다”고 밝혔다. 강헌국 고려대 교수 역시 “‘소나기’에 가려 빼어난 장·단편이 덜 알려졌다”며 “황순원의 장·단편은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문인 탄생 100주년 기념 다채로운 부대행사 개최

나머지 탄생 100주년 문인들의 성과도 적지 않다. 아동문학의 발판을 마련한 강소천, 창작·희곡·극작술의 모범을 보여준 함세덕, 사소설적 여성 장편소설을 개척한 임옥인 등의 비중은 상당하다. 평론가 곽종원은 광복 이후 평론활동에서 ‘정론문학’에 충실할 것을 주장했고, ‘여류작가’라는 호칭에 반대했던 임순득은 남녀가 동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을 것을 강조했다.

한편 100주년문학제에서는 지난 7일의 심포지엄과 8일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열린 ‘문학의 밤’에 이어 문학그림전, 시잔치, 기념학술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 박목월·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5월 23일 연세대), 100주년 탄생 작가 박목월·서정주·황순원 기념 학술대회(6월 13일 중앙대), 미당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잔치(6월 29일 동숭아트센터), 황순원 문학그림전(9~11월 교보문고 광화문점·양평 황순원문학촌) 등 풍성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밖에도 강소천·박목월·서정주의 유가족이 아버지로서 이들의 모습을 회고한 글, 황순원에 대한 오마주로 서하진·이혜경·구병모 등 후배 문인들이 쓴 ‘소나기 속편’이 계간지 ‘대산문화’ 2015년 여름호에 소개된다.

대산문화재단과 한국작가회의가 주최한 ‘2015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 심포지엄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렸다. 고봉준 경희대 교수가 서정주 시인의 삶과 문학세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대산문화재단).


▲올해 탄생 100주년 맞은 거장문인 8명은 누구?

△강소천(1915∼1963)=아동문학가. 함남 고원생. 함흥 영생고등보통학교 졸업. 한국문학가협회 아동문학분과 위원장, 아동문학연구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등 역임. 저서 ‘호박꽃초롱’ ‘조그만 사진첩’ ‘대답없는 메아리’ 등

△곽종원(1915∼2001)=평론가. 경북 고령생. 일본 니혼대 졸업. 한국문학가협회 창립간부, 한국문인협회 이사, 숙명여대 교수,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원장 역임. 저서 ‘신인간형의 탐구’ ‘사색과 행동의 세월’ 등

△박목월(1915∼1978)=시인. 경북 월성생. 계성중·이화여고 교사, 한양대 교수,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 역임. 저서 ‘어머니’ ‘경사도의 가랑잎’ ‘사력질’ 수필집 ‘구름의 서정’ ‘토요일의 밤하늘’ 등

△서정주(1915∼2000)=시인. 전북 고창생. 중앙불교전문학교 중퇴. 동아일보 사회부장·문화부장, 문교부 예술국장, 조선대·서라벌예대·동국대 교수,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등 역임. 저서 ‘귀촉도’ ‘떠돌이의 시’ ‘팔할이 바람’ 등

△임순득(1915∼?)=소설가. 1937년 조선문학에 단편 ‘일요일’로 등단. 광복 후 북한에서 ‘조선녀성’을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 1956년 ‘8월 종파사건’ 전후 숙청된 것으로 추정

△임옥인(1915∼1995)=소설가. 함북 길주생. 영생여고 졸업. 한국여류문학인회 회장,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회장, 건국대 교수 등 역임. 저서 ‘월남전후’ ‘힘의 서정’ ‘일상의 모험’ 등

△함세덕(1915∼1950)=극작가. 전남 목포생. 선린상고 졸업. 작품 ‘동승’ ‘산적’ ‘기미년 3월 1일’ ‘태백산맥’ 등

△황순원(1915∼2000)= 소설가. 평남 대동생. 숭실중·와세다대 졸업. 저서 ‘목넘이마을의 개’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 ‘움직이는 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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