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에 오른 의사 "숨진 고대생 공감돼"

  • 등록 2020-09-09 오전 12:00:32

    수정 2020-09-09 오전 7:10:59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지난 6월 성범죄자 등의 신상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디지털교도소’에는 채정호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59)의 신상이 올라왔다.

디지털교도소 홈페이지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채 교수가 텔레그램을 통해 성 착취 동영상을 구매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채 교수는 억울했다. 이후 그는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후 자신의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다.

수사 결과 디지털교도소가 공개한 채 교수의 텔레그램 대화는 ‘거짓’이었다.

지난 3일 채 교수는 자신의 SNS에 대구광역시지방경찰청이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에 보낸 공문 사진을 공개했다.

공문에서 경찰은 ‘삭제된 데이터를 포함해 채정호 교수의 휴대전화에서는 디지털교도소에 게재된 것과 같은 대화 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 ‘디지털교도소의 텔레그램 채팅을 한 자는 채정호 교수가 아닌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밝혔다.

채 교수는 8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2개월 동안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채 교수는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오른 후 하루에 100통 이상의 전화, 욕설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저희 가족들이 매일 위로해 주고, 손 잡아 주고, 안아 주고 그래서 견뎠지 사실 정말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디지털교도소의 파급력은 채 교수의 직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채 교수는 “가장 가슴이 아팠던 게 어떤 환자분이 문자를 주셨다. ‘채 교수님한테 치료 받고 우울증이 많이 나아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이 이렇다는 걸 내가 여기서 봤는데 내가 누구를 믿겠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나는 다시 살 의미를 잃었다’라고 하셨다”고 했다.

그는 “우울증에 걸리면 굉장히 부정적이고 힘들어진다. 어떤 사소한 자극에도 무너진다. 정신의학 특성상 치료자와 어떤 관계라든지 믿음, 신뢰 이런 게 굉장히 중요하다. 저를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치료가)어떻게 되겠냐”라고 말했다.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게시된 고려대학교 학생이 최근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에 대해선 “나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예민한 청년들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실제로 돌아가신 분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충분히 공감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자살이나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정말 병이 날 것 같더라. 적어도 심혈관계 질환 정도는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라며 “너무 극단적으로 사람을 몰아가고 정말 인격적으로 살인하는 거랑 똑같다는 생각을 절실하게 느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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