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EU가 최대 500억유로(원화 약 67조2700억원) 규모로 EU 내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여기에 삼성전자와 TSMC의 참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집행위원회(EC) 측은 공식적인 답변을 피하고 있다. TSMC 측도 답변을 거부했고, 삼성전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프랑스 재무부 관계자도 이날 열린 기자 브리핑에서 두 업체의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TSMC와 삼성전자는 반도체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는 글로벌 선도 기업인 만큼 EU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어떤 것도 결정된 바는 없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번 반도체 프로젝트를 통해 EU는 역내에 10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공정을 이용한 반도체칩 생산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이에 정통한 소식통은 “궁극적으로 2나노 칩까지 도달하겠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EU 내에는 NXP와 인피니온, ST마이크로 등 몇몇 반도체 강자들이 있지만, 일부 제한적인 분야에 한정된 특수 반도체를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생산시설은 제대로 갖추지 못해 TSMC나 삼성전자 등에 위탁해 생산하고 있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과 커넥티드 카, 고성능 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칩의 경우 초미세공정이 가능한 TSMC와 삼성전자 등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U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반도체칩과 마이크로프로세서 매출액 기준으로 5분의1 이상을 EU가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현재 EU 집행위원회 내에서 산업분야를 총괄하고 있는 티에리 브레튼 집행위원이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데, 그는 기존 반도체 생산시설을 업그레이드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공장을 지을 것인지를 두고 여전히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수년 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은 물론이고 최근 반도체 자립을 선언한 뒤 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미국과 일본에 비해서도 너무 늦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올해에만 이미 280억달러에 이르는 설비투자 계획을 발표한 TSMC나 D램과 파운드리 등에서 전방위적인 투자 확대를 꾀하는 삼성전자 등 개별 기업에 비해서도 EU 전체 투자 계획이 압도적으로 크지 않다는 이유도 이 같은 판단에 한몫하고 있다.
초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TSMC와 삼성전자 등에 독점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의 피터 베닌크 최고경영자(CEO)도 지난달 연간 실적 발표를 위한 컨퍼런스 콜에서 “단기간 내에 TSMC나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불가능하다”며 “EU 각국 정부가 이런 목표를 추진하려고 한다면 수 개월이 아니라 수 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