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에 나랑 똑같은 말을”…주호민, 故 이선균 언급한 이유

주호민 한수자 부부 “녹음된 학대 음성, 평생 트라우마”
교육계, A씨 아동학대 유죄로 ‘교육 현장 위축’ 우려도
교총, 특수교사 A씨 탄원 서명·1인 시위 나선다
  • 등록 2024-02-05 오전 7:11:58

    수정 2024-02-05 오전 7:12:53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씨와 한수자씨 부부가 사건 당시와 녹음 파일을 공개하기까지의 전말, 여론의 질타에 괴로웠던 마음을 토로했다.
웹툰작가 주호민이 지난 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주호민씨는 아내 한수자씨와 함께 지난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특수교사 A씨의 유죄 판결 이후의 심경을 전했다.

주씨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본 것 같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내 한씨도 “여러 비판 속 결국 남은 얘기는 장애 아동을 분리하라는 이야기였다”며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포장되어 있던 게 벗겨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 씨는 교사의 폭언이 담긴 녹취를 듣고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라고도 했다.

당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던 주씨 부부의 아이는 일반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던 중 바지를 내리는 행동으로 특수학급으로 분리 조치 된 상태였는데, 이에 대해 한 씨는 “피해 학부모에게 당일 전화로 사과드렸고, 회의를 통해 아들을 특수학급에서 분리 교육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면서 “그 과정에서 학대 정황을 알게 돼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아들에게 분리가 된 이유는 잘못된 행동을 했기 때문이고, 대체행동으로 바꾸거나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다시 반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녹음 안에는 학대하는 음성이 담겨있었다. 새벽에 녹취를 풀며 오열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사의 발언을 몰래 녹음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었다고도 인정했다.

한 씨는 “뭔가 꼬투리를 잡으려 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생각한다”면서도 “도저히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지푸라기 하나 잡는 처참한 기분으로 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것”이라며 “그걸 부모가 직접 확인하는 것은 평생의 트라우마”라고 언급했다.

주씨 부부는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 교육청과 학교 측에 조처 방법을 물었으나, 학대 교사와 분리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주 씨는 “처음부터 형사 처벌을 원한 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는 교사에게 알리지 않고 신고부터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항의하기엔 부담이 있었다”며 “대신 교장 선생님에게 녹음을 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하지만 학교 교장은 정취를 거절했고 주 씨는 “아무래도 인지한 사람에게 아동학대 신고 의무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교장 선생님이나 교육청처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중재해주지 못한 게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

A씨가 입건된 뒤 해당 초등학교의 특수교사는 7번 교체됐다. 그 자리는 단기 계약직 교사들로 채워졌다. 그러자 특수학급 학부모들은 반발했다고. 이에 대해 주 씨는 “결국 백업 교사가 없어서 생긴 일”이라며 “A씨가 학대 혐의로 일을 못한다 해도 다른 선생님이 특수반을 봐주실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다른 학부모들과의 갈등이 안 일어났을 것”이라고 봤다. 결국 주씨 부부의 아들은 현재 전학을 포기하고 가정에서 교육받고 있다.
(사진=트위치 방송 캡처)
주 씨는 이번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故) 이선균 배우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듣고 “그분이 저랑 똑같은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많은 감정이 올라왔다”면서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분이지만, 추도하는 기도도 혼자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고통스러운 반 년이었고, 판결이 나왔지만 상처만 남았다. 여기서 마무리되기를 바라지만 A씨가 항소한다고 하니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고 괴롭다”고 전했다. 한 씨도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 같다”면서 “모르면 상상을 하게 되고, 상상 속에서 장애에 대한 두려움의 크기가 커지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 1일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판사 곽용헌)은 아동학대처벌법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게 유죄(벌금 200만 원)를 선고하고 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한 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해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는 주 씨의 아내가 교사 몰래 자녀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녹취록이 아동학대의 증거로 인정된 부분으로, 재판부는 “피해자 모친이 피해자에 대한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서 대화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녹음 행위에 위법성 조각 사유가 존재해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에 대한 유죄 판결 이후 교육계에서는 “대한민국 특수교육 전체에 후폭풍을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아동을 정상성에서 배제하고 별개의 특별한 집단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파장을 불러온 판결”이라며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이 살 길은 2심(항소심)에서 피고 특수교사의 완전 무죄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천교육교사모임도 “법리적 정당성 여부를 떠나 교실 속 모든 교육행위가 언제든 법적 공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위협에 노출된 것”이라며 “통합학급의 담임 기피 현상은 악화될 것이며 특수교사들도 방어적이고 위축된 태도로 교육에 임하게 될 것”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5일부터 ‘몰래 녹음 불인정 및 특수교사 무죄 촉구 전국 교원 탄원 서명운동’을 벌인다는 입장이다.

교총은 “2심에선 학교 현실과 교육적 목적을 반영한 올바른 판단이 나올 수 있도록 탄원 서명을 시작으로 1인 시위, 집회 등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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