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미 '황모단' vs 관능미 '호모단'

음악극 '천변살롱' 2인2색 살롱마담
- 황석정
차진 애드리브로 관객 호응
연기 내공 유감없이 발휘
- 호란
호소력 짙은 목소리 주무기
관객 무릎 앉아 노래하기도
  • 등록 2015-12-24 오전 6:17:00

    수정 2015-12-24 오후 5:33:01

배우 황석정(왼쪽)과 가수 호란이 1930년대 ‘천변살롱’의 마담 ‘모단’으로 변신했다. 황석정은 “열심히 하는 호란의 모습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고, 호란은 “연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는 등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우정을 과시했다(사진=문화기획 함박우슴).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마이크 한 대와 테이블이 놓여 있는 단출한 무대. 분홍색 저고리에 초록색 치마를 입은 모단걸 ‘호란’이 등장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17살 ‘호모단’이에요.” 인사가 끝나자마자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나는 열일곱 살이에요’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집단 실신!”을 외치며 관객을 쓰러지게 만들거나 “이거 두번 ‘퇴짜’ 맞은 거”라며 빈잔을 내미는 등 숨은 끼를 유감없이 선보였다.

이번에는 양갈래머리에 앙증맞은 율동을 하는 ‘황모단’ 황석정이 등장했다. 힘이 넘치는 목소리와 무대를 누비는 에너지에 객석에선 연신 웃음이 터져 나온다. “아저씨 내가 몇살로 보여요? ‘어린 척’ 하려니 뼈가 삭는 것 같아요.” 차진 애드리브도 거침없이 나온다. “저 남자 눈빛이 깊은 사골국물 같아요”라는 대사에 객석은 웃음바다를 이룬다.

음악극 ‘천변살롱’(12월 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의 두 마담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 공연을 통해 첫 뮤지컬에 데뷔하는 대세배우 황석정(43)과 그룹 클래지콰이의 보컬 호란(36·최수진)이다. ‘연기’가 전공인 황석정과 ‘노래’가 무기인 호란이 한 무대서 새로운 모단 역으로 대결하는 셈이다.

‘천변살롱’은 1930년대 한국가요사를 재조명한 독특한 음악극 시리즈로 2009년 첫선을 보였다. 신낭만주의에서 혁신적인 다다이즘까지 문화의 용광로였던 1930년대 경성, 모더니스트가 모이던 낭만과 향수가 깃든 천변살롱을 고스란히 무대에 담았다. 황석정은 “무대예술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배우”라며 호란을 치켜세웠고, 호란은 “황석정의 연기를 보며 정말 많이 배운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두 사람의 연기를 가까이서 지켜본 ‘죽석’(일명 죽돌이) 역의 하림은 “황석정은 연극무대서 다져온 내공을 바탕으로 1930년대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재연한다”며 “호란도 가요를 하는 동료로만 알고 있다가 ‘저런 모습이 있었나’ 하는 생각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관객 들었다 놨다 노련미 ‘황모단’

황석정은 서울대 국악과에 입학해 피리를 전공한 예비 국악연주자였다. 우연히 접한 연극에 빠지게 되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과로 진학해 본격적인 연기인생을 시작했다. 영화 ‘황해’, 드라마 ‘야경꾼 일지’로 주목받았고, 지난해 드라마 ‘미생’의 하회탈 재무부장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드라마 ‘가면’과 ‘그녀는 예뻤다’,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힐링캠프’ 등에 출연하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TV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사실 황석정은 이윤택 연출의 연극 ‘혜경궁 홍씨’ 등에 출연한 정극배우다. 이번 공연에선 폭넓은 감정선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일제강점기 대중의 희로애락을 노래한 ‘만요’를 통해 숨겨뒀던 노래실력을 뽐낸다. 특히 십수년간 연기생활에서 얻은 노련미로 시종일관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갈매기가 끼룩끼룩’을 이야기할 땐 갈매기를 흉내 내며 웃기다가도 ‘다방의 푸른 꿈’을 부르며 “그리운 옛날을 부르누나”라고 울부짖을 땐 객석을 숙연하게 만든다.

황석정은 “노래를 무대서 해본 적이 없어 진땀을 빼고 있다”며 “1930년대 노래에 관심이 있고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도 나서 용기를 냈다”고 작품에 참여한 동기를 밝혔다. 이어 “올 한해 너무도 많은 변화와 아픔이 있었는데 ‘천변살롱’을 보러오는 관객이 사랑을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음악극 ‘천변살롱’에서 열연하는 황석정(사진=문화기획 함박우슴).


△귀호강 시키는 팔색조 매력 ‘호모단’

가수의 본업에 충실해 왔던 호란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건 2008년 ‘샤우트’ 이후 7년 만이다. 호란은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눈길을 끄는 패션으로 ‘모단’을 표현해냈다. 직접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의 무릎에 앉아 노래를 부르거나 세월이 지난 후 여인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선 연기변신이 새롭다. 그린 벨벳 드레스와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노래를 부를 때는 관능미가 넘쳤다.

호란은 “바쁜 일정이지만 무대에만 서면 유쾌한 모단으로 변신하는 황석정을 보고 ‘프로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며 “무대서 연기와 노래를 함께하는 건 익숙지 않아 끊임없이 연습하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관객 각자가 풀어낸 모단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황모단과 호모단의 성격도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호란은 “우스갯소리로 황석정, 호란, 하림 등 세 배우의 첫 자음이 같으니 ‘잘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며 “감정적인 살풀이하기에 좋은 공연이다. 많이 사랑을 부탁한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음악극 ‘천변살롱’에서 열연하는 호란(사진=문화기획 함박우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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