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턱밑까지 닥친 블록체인 골든타임

  • 등록 2018-06-20 오전 6:15:00

    수정 2018-06-20 오전 6:15:00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최근 블록체인업체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분산원장 기능에 충실했던 1세대 블록체인과 완벽한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을 구현한 2세대를 넘어 거래처리속도와 비용 등의 문제를 개선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소위 3세대 블록체인 경쟁이 한층이다.

스마트 계약 덕에 2세대 블록체인에서는 다양한 분산 어플리케이션(Dapp·디앱)이 등장했지만 실제 비즈니스 모델로는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처리할 수 있는 거래 용량과 속도 문제, 채굴방식(합의 알고리즘)으로 인한 전력 낭비와 시장 교란 가능성 등 문제점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해 다양한 디앱이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거래처리 속도를 높이고 비용을 낮춰 실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토큰 이코노미를 구축하자는 게 바로 3세대 블록체인이다. 실제 이를 놓고 이오스(EOS)나 에이다(ADA) 등 글로벌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루프체인과 이든체인, 엑스체인 등 국내 스타트업까지 가세해 3세대 블록체인 대표 플랫폼 지위를 선점하기 위해 불꽃 튀는 경합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미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컨텐츠나 온라인 쇼핑몰, 해외송금, 본인 인증, 전자투표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고 3세대 블록체인이 본격화하면 기존 사업자들이 제공하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서비스들이 디앱 형태로 만들어져 이 블록체인 플랫폼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블록체인이라는 기반기술과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빅데이터 등을 접목하는 다양한 사업 모델이나 제품, 서비스도 등장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업체들의 행보를 감안할 때 앞으로 1~2년 내에는 블록체인 플랫폼들 간에 우위가 가려질 것이며 이 과정을 통해 지배적 지위를 가지게 되는 플랫폼이 과실을 독식하는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국내 블록체인업체들이 그다지 뒤쳐져 있진 않다. 루프체인과 이든체인 등은 글로벌시장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많은 해외 사업자들에게 블록체인 플랫폼을 제공해주고 있다. 최근 만난 안명호 이든체인 대표도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등과는 달리 블록체인은 전세계 업체들 대부분이 출발선상에 부근에 서 있기 때문에 우리와 글로벌 업체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며 국내 블록체인업체들이 글로벌 빅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낙관했다.

다만 문제는 국내에서의 규제 불확실성이다. 우리 정부는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블록체인과 그로부터 만들어지는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토큰 이코노미를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반기에 종합대책을 통해 규제 방향성을 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1~2년 밖에 남지 않은 블록체인 플랫폼 경쟁의 골든타임을 놓쳐버릴 가능성이 높다.

국내 삼성전자는 전세계에서도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고 있는 대표 기업이지만 이 덕에 정작 편하게 배를 불리는 쪽은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모바일 생태계에서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지배적인 플랫폼을 가진 애플과 구글이다. 삼성도 타이젠 등과 같은 프로젝트로 뒤늦게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골든타임을 놓쳐 버린 탓에 주저 앉고 말았다. 모바일 앱 생태계를 애플과 구글에 빼앗겨 버린 쓰라린 전철을 블록체인에서도 똑같이 밟아선 안될 일이다. 블록체인 육성을 위한 전향적 정책이 필요한 때다. 정책은 긍정적 결과도, 부정적 결과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범하는 가장 큰 잘못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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