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융이야기]카드사 연말정산 오류…'세제 모순의 집약'

  • 등록 2015-02-01 오전 9:10:52

    수정 2015-02-01 오전 9:10:52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모두 연말정산은 무사히 끝내셨나요. 매년 하는 일인데 매번 할 때마다 왜 이렇게 생소하고 복잡한지. 특히 올해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더욱 나라가 왁자지껄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와중 머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 사고가 터졌습니다. BC·하나·삼성·신한카드 등 4개 카드사가 연이어 연말정산 분류를 잘못해서 고객에게 통지한 것이죠. 피해규모는 고객 289만명, 카드결제액 기준 1631억원입니다. 다만, 카드 공제라는 게 사용액이 소득을 넘었을 때 그 초과분에 대해서 이뤄지는 만큼 각 개인의 환급액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카드사의 과실보다는 그 이면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해왔습니다. 사람들이 현금으로 거래하다 보니 정부가 제대로 소득을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소득이 투명하게 파악되는 봉급생활자와 달리 고소득 전문직·자영업자들의 세수를 파악하는 것이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이에 정부는 ‘신용카드 등 이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합니다. 카드로 쓰면 세금을 깎아줘 국민에게 카드를 쓸 동기를 만들어 준 것이죠.

이런 정부 정책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카드산업은 무섭게 성장합니다. (▶본보 기사 해외카드 연회비가 비싼 이유는 참고) 신용카드 이용실적은 1998년에는 약 63조55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4년에는 약 578조5800억원으로 9.1배 늘어났습니다.

카드사 연말정산 오류가 발견됐을 때 금융당국 당국자는 “금융감독원이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겠지만 금융기관으로서 물의를 빚었다는 것이 아니므로 처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사안의 중대함을 인식하는 것은 카드사처럼 보입니다. 애초 이번 오류가 발견된 것은 카드사 자체의 점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구입비 공제를 생략한 삼성카드의 경우, 2014년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2013년 공제분도 빠뜨렸다는 것을 알아 공지했습니다. 애초에 실수가 없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를 숨기지 않고 늦게라도 고객에게 알렸습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빨리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전 직원이 밤새도록 내부 시스템 점검에 매달렸다”며 “휴대전화 구입비 공제 누락과 관련해서는 고객들에게 별도의 피해보상을 하는 방법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카드사는 내부적으로 연말정산 자료 추출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필요하면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가 회의를 개최해 대책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런 실수는 반복될 수 있습니다. 세법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그 절차가 불투명하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이 사실을 잘 압니다. 따라서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제공해 어느 정도의 세금이 공제되는지 알려줍니다. 그리고 카드사 등은 그 바탕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죠. 그러나 여기에는 각자 정말 이게 맞는 것인지는 ‘나’만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국민 대다수는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를 통해 산출된 숫자가 정말 타당한지 알지 못합니다. 이번에야 다행히 오류가 발견됐지만, 앞으로는 소리 소문도 없이 지나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사고의 가장 무서운 점입니다.

우리나라 세법은 매년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세제와 관련된 모든 법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됩니다. 그 조세소위에 들어가는 이는 국회의원 10명과 기재부 관계자 몇 명뿐으로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5000만 국민에게 빠짐없이 적용되는 법이 정작 공론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그 국회의원은 그 법에 대해서 빈틈없이 파악하고 있을까요? 매년 정부가 새로운 세법 초안을 가져오는 데다 관련 법안만 300여개가 훌쩍 넘어갑니다. 그러나 논의 기간은 한 달 남짓. 상식적으로 세심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걸 업(業)으로 삼는 나도 어려운데, 일반인들은 얼마나 어렵겠냐”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쯤 되면 결제내용을 분석해 어떤 공제가 적용되는지를 분류하는 카드사들을 마냥 탓할 일도 아닌 듯합니다.

전문가들은 세액공제가 소득공제보다 저소득층에 유리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라는 세금의 본래 목적에 비추어 이번 세제 개편의 근본적 방향은 바르다고 말합니다. 다만 왜 이것이 필요한지 정부·국회가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축적되고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 것이라고요. 카드사 연말정산 오류도 이를 보여주는 단편일 것입니다.

내년도 연말정산까지 앞으로 1년. 우리에게 숙제 하나가 던져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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