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구조 돕기 위해 버텨" 42일간 진도 앞바다서 날씨 예보

박광호 현 안동기상대장, 예보관으로 진도 앞바다 달려가
기상관측선 타고 12시간만에 사고현장 도착 바다 날씨 전해
"현장서 책임 다했을 뿐..남겨진 과제 이젠 해결 됐으면"
  • 등록 2015-04-16 오전 7:00:00

    수정 2015-04-16 오전 9:21:20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조류도 거세고 기상상황도 나빴습니다. 배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무섭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박광호 안동기상대장(사진=기상청)
작년 4월 16일 부산지방기상청 소속 예보관으로 근무 중이던 박광호 안동기상대장은 세월호가 침몰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국내에 단 한 척 뿐인 기상기후 관측선 ‘기상1호’에 올랐다. 그리고 부산에서 진도 앞바다까지 밤새 12시간을 달려갔다. 그때는 이미 검은 바다가 세월호를 삼킨 뒤였다.

“처음에는 사고 현장과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구조 작업이 진행되면서 선박이 많아져 나중에는 약간 더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지원했습니다.”

박광호 대장이 맡은 일은 예보였다. 봄이었지만, 바다온도는 얼음처럼 찼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조에 필요한 수온과 시정(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 강수량 등 바다 날씨를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여러 날 날씨가 좋지 않아 구조에 애를 먹었습니다.”

박 대장은 교대 없이 42일간을 배 위에서 보냈다. 밀물이 높아지면서 썰물과 높이차가 커지는 ‘대조기’가 2번이나 왔다갔다. 빠른 조류와 거센 비바람에 몸을 가누기가 어려울 정도로 배가 출렁댔다. 하지만 워낙 긴장했던 때문인 지 배멀미조차 없었다. 현장 기상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구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만 했다.

“구조를 돕기 위해서는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만 그런 건 아닐 겁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 누구나 마음은 같았을 겁니다.”

박 대장은 그렇게 두 달 가까운 시간을 진도 앞바다에서 보내고 부산기상대로 돌아왔다. 1년이 흘렀지만, 그때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날 이후로 검은 바다는 악몽의 주 무대가 됐고 그때마다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깬다.

“그때 그 현장에 있었다는 건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지금도 가끔 무서운 생각이 몰려와 쉽사리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아직 여러 가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는 게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남은 일들이 잘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국민의식이 더 발전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기상1호(기상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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