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 발표한 올 2분기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가계의 전반적인 소비가 줄고 있는데 반해 술과 담배의 지출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의 식비, 의료비, 사교육비 등이 모두 감소했으나 술과 담배의 지출은 3만 5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나 늘어났다.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석산 원장은 “경기 침체 시기에 술이나 담배와 같은 기호식품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은 이미 널리 알려진 현상”이라며 “최근에는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연일 터져 나오면서 분출된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약 열흘 동안 소주 매출이 전년 대비 25.4%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와 막걸리, 와인 등 다른 술은 전주보다 매출이 하락했지만 소주는 전주 대비해서도 오히려 매출이 9.6% 늘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을 담당하는 부신에서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등 스트레스 호르몬을 과다하게 생성해 방어 태세를 갖춘다. 동시에 뇌에서는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갈망 호르몬의 일종인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 뇌는 과거 기분 좋았던 경험들 중 우리 몸이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반응했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김석산 원장은 “뇌에 도달한 알코올은 쾌락중추라 불리는 뇌 보상회로를 자극해 도파민의 생성이나 분비를 돕는다”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을 마시게 되면 나중에는 뇌가 음주 행위를 도파민 분비 상황으로 착각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술이 생각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술을 마신 후 우울한 기분이 더 심해져 오히려 술을 더 찾았다”면서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하다 보면 처음에는 기분이 나아질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알코올에 대한 의존성이 강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때일수록 외부의 정보에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조금 떨어져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고 규칙적인 수면과 영양 섭취, 적절한 운동이나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