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칫값 못하는 대형펀드…소형보다 수익률 부진

주식펀드 수익률, 1000억원 이상이 미만보다 부진
"변동성 장세 대량 환매로 제값 못받은 탓"
다만 펀드 크기를 투자전략으로 삼기에는 무리
  • 등록 2020-04-13 오전 1:30:00

    수정 2020-04-13 오전 1:30:00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대형 주식형 펀드의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덩치가 클수록 요동치는 시장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던 게 원인으로 꼽힌다.

덩칫값 못하는 대형펀드

12일 이데일리가 펀드평가회사 KG제로인에 의뢰해 집계한 결과, 순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가 그 미만인 펀드보다 연초 이후 수익률(지난 8일 기준)이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식형 펀드를 자산별로 세분해서 보면 이 기간 중소형주 주식형 펀드는 평균수익률 -15.8%를 기록했는데, 순자산 1000억원 이상 펀드의 수익률은 -17.9%지만 미만 펀드는 -15.6%였다. 같은 자산에 투자했는데 덩치가 큰 펀드가 작은 펀드보다 2.3%포인트 수익률이 부진한 것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배당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7.3%였는데, 1000억원 이상과 미만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18.6%와 -17.2%였다. 둘의 격차는 1.4%포인트다. 일반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6.4%였는데, 1000억원 이상 펀드는 -17.3%이고 1000억원 미만 펀드는 -16.3%였다. 마찬가지로 1000억원 미만 펀드가 그 이상 펀드보다 수익률이 1%포인트 나았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전개됐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6.3%인데 순자산이 1000억원 이상인 펀드는 16.4%로 근소하게나마 밀렸다. 수익률 격차가 미미하긴 하지만, 기관 자금은 소수점 수익률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고려하면 허투루 넘길 결과는 아니다.

펀드의 덩치 차이에서 발생하는 수익률 격차는 기간을 달리해서 보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 부정 여파가 본격 반영된 최근 3개월과 이후 증시가 다소 회복한 결과를 반영한 최근 1개월을 보더라도 1000억원 이상 펀드가 미만 펀드보다 수익률이 뒤처진다.

“대형차가 경차보다 굼뜬 탓”

이런 현상은 덩치가 큰 만큼 장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어려운 탓으로 풀이된다. “대형 트럭이 경차보다 차선변경이 어려운 것과 비슷하다”는 게 운용사 관계자의 비유다.

예컨대 환매에 대응하고자 펀드가 보유한 주식의 1%를 매각해야 한다면, 100억원짜리 펀드 매니저는 1억원치 주식을 팔면 그만이지만 1000억원 규모 펀드매니저는 10억원치를 매도해야 한다. 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도 물량이 많아질수록 좋은 가격을 받기 어렵다.

대형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제아무리 좋은 기업의 주식이라고 하더라도 제대로 평가받기 전이라면 평소 유동성이 달릴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환매가 들어와 해당 종목을 어쩔 수 없이 팔게 되면 제값으로 처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주식형 펀드 매니저는 “남들은 발굴하지 못한 알짜 종목을 얼마나 보유하는지가 매니저 역량인데, 이렇게 요동치는 시장에서 대량 환매가 접수되면 이런 종목을 가진 것이 되레 악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 전략으로 삼기는 무리

채권형 펀드는 사정이 다르다. 외려 유형별로 보면 1000억원 이상 펀드가 미만 펀드보다 수익률이 나은 편이다. 국내 채권형 펀드 가운데 우량채권과 중기채권 펀드는 1000억원 이상 펀드가, 일반채권과 초단기채권은 미만 펀드가 수익률을 각각 앞섰다.

채권은 매매 단위가 크게는 수백억원 단위로 상대적으로 큰 탓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주식보다 호가 거래에 덜 민감한 편이고, 자산에 만기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 장세에 느긋한 측면도 있다. 자산규모 수위권의 운용사 채권매니저는 “채권 거래는 펀드가 클수록 구매력이 세져서 싼값에 자산을 사들일 수 있다”며 “구매력은 수익률과 직결되는 변수”라고 말했다.

다만 이런 현상을 투자 전략으로 이용하는 것은 무리다. 마냥 대형 펀드가 운용에 애로가 많다면 `1조 펀드`가 나올 리 없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8일 기준 순자산 1조원이 넘는 펀드(ETF 제외) 6개가 현재 운용 중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변동성 장세를 넘기기에 소형 펀드가 유리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대형 펀드를 피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며 “펀드 성과는 운용 전략과 펀드 매니저 역량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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