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이 싫은 공기업]기관장은 낙하산…“롤모델이 없다”

내부승진 단 6명..공기업 기관장 80% 외부 출신
"입사때 꿈 사장, 낙하산 인사때문에 접었다"
  • 등록 2015-11-18 오전 6:00:08

    수정 2015-11-18 오전 8:31:29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공기업 직원들이 임원 승진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더 이상 승진이 어렵다는 데 있다. 민간 기업의 경우 상무-전무-부사장-사장으로 이어지는 임원 승진 코스가 있지만, 공기업은 이사로 승진한 후 2년 뒤 퇴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 이상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다. 기관장 열에아홉은 낙하산으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이데일리가 30대 공기업 기관장의 프로필을 전수조사한 결과 내부승진 사장은 6명에 불과했다. 공석인 3곳을 제외한 나머지 21개 공기업 기관장은 관료, 교수, 정치인 출신이었다. 이른바 ‘관피아’ ‘교피아’ ‘정피아’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낙하산 기관장이다.

일하는 사람 사기 떨어뜨리는 인사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2013년 1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서는 없어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발언은 공기업 낙하산 근절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박근혜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는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현재 30대 공기업 기관장 가운데 관료 출신은 10명으로 33%에 달한다. 정치인(4명), 교수(3명), 민간전문가(2명), 민간경영자(2명)이 뒤를 잇고 있다. 이들과 같은 외부 출신 기관장 비중은 80%다.

이처럼 내부 출신 기관장이 드물다보니 직원들은 연봉 삭감과 계약직 전환을 감수하면서까지 임원이 될 생각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에너지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1급 직원은 “입사할 때 꿈은 사장이었지만 그런 꿈을 접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기업에는 직원으로 시작해 사장에 오르는 입지전적인 인물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회사를 다니면서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인물이 없디”라고 아쉬워했다.



◇ 일부 내부승진 케이스에 직원들 실망

최근 일부 공기업 사장들이 내부 승진자로 채워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서문규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1978년 공사 창립 이래 내부승진으로 사장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12월 설립 41년 만에 처음으로 내부 출신 박기동 사장이 취임했다. 발전 4사 가운데 공석인 남부발전을 제외한 3곳의 기관장도 내부 출신이다.

그러나 내부승진 기관장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다. 그동안 몇몇 사례를 통해 오히려 실망을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리혐의로 물러난 장석효 전 가스공사 사장,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 모뉴엘 사태로 구속된 조계륭 전 무역보험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내부 출신 기관장을 둔 공기업의 한 직원은 “내부에서 사장이 배출되면 직원들이 고무돼야 하는데 오히려 ‘외풍’을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사장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면서 조직이 흔들리는 걸 봤기 때문에 차라리 힘 있는 낙하산을 기다리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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