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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공직후보자, 5.16 역사적 성격 규정에 전전긍긍
보통 인사청문회의 최대 쟁점은 공직후보자의 전문성이나 도덕성이다. 그러나 역사관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야당 의원들은 인사청문 대상자에게 5.16이 쿠데타가 맞는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예비 국무위원들은 그 때마다 쩔쩔 맸다. 대답은 둘 중 하나다. ‘쿠데타가 맞다’ 혹은 ‘쿠데타가 아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가 나올 수가 없는 질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 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이야기하며 두루뭉술하게 피해갔다. 누가 보더라도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을 의식한 발언이다.
여권 잠룡인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오랜만에 대중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31일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주최로 열린 ‘경제 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특강에서다. 20대 총선 이후 본격적인 정치재개를 알린 것. 유 전 원내대표는 1시간 40여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경제·복지·사회·정치개혁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개혁의 청사진을 설명했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의 강연 내용 중 가장 눈길은 끈 것은 5.16을 쿠데타라고 규정한 부분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여권인사들이 5.16을 쿠데타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하기를 꺼렸던 것과는 정반대의 태도다.
◇유승민 ‘5.16 쿠데타’ 표현…朴대통령과 차별화 ‘마이웨이’
유 의원은 이날 특강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1조를 예로 들면서 “민주에 대해서는 너무 많이 들어봤지만 공화라는 말은 더 이상 쓰지 않아 사람들이 잊어버렸고 별 생각을 못했다”며 “우리 시대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필요한 개념이 바로 ‘공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옛날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 이후에 만든 정당 이름이 공화당이라서 사람들이 공화의 참뜻을 생각하지 않고, 공화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진짜 그렇지 않다”며 “공화주의는 공공선을 담보하는 법의 지배 안에서 시민들이 다른 시민들에게 예속되지 않고, 왕, 군주에 지배를 받지 않고 법치의 지배를 받는 정치체계다. 누구에게도 예속되지 않고 굴종과 주종적 지배를 강조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발언은 지난해 국회법 파동 당시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것과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겪은 설움과 탈당에 대한 우회적이지만 날선 비판으로 해석된다. 특히 현 정부 하에서 5.16 쿠데타라는 표현이 갖는 정치적 함의를 고려한다면 박근혜 대통령과의 완전한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른바 개혁적 보수의 아이콘으로서 할 말을 하는 유승민만의 정치브랜드를 내걸고 마이웨이에 나서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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