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 줄인다더니…국내전자담배 키우기로 U턴?

전자담배 자본금 규제 완화 논란
영세업체 난립해 '불량담배' 나오나
가향제 첨가한 전자담배 양산 우려
  • 등록 2016-06-23 오전 6:00:05

    수정 2016-06-23 오전 6:00:05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기획재정부가 국내 전자담배업체를 양성화하려는 것은 기본적으로 담뱃값 인상으로 전자담배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지만, 국민건강에 안전한 전자담배가 유통되고 있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수입산 전자담배 대부분이 유해물질인 니코틴 용량에 대한 정확한 표기도 없다. 여기에 소비자들은 니코틴 원액과 향료액을 분리해 별도로 판매하는 ‘분리형’ 전자담배를 구입해 직접 용액을 만들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최난주 한국소비자원 생활안전팀장은 “대부분 전자담배의 니코틴 실제 함량이 표시와 달라 오남용 우려가 크고, 분리형 판매의 경우 제대로 된 설명서나 계량할 수 있는 기기가 없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본금 규제를 대폭 낮출 경우 국내 중소업체가 난립하면서 전자담배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우려가 있는데다, 위험성과 중독 우려가 큰 가향제를 차츰 차단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달리 오히려 가향제를 첨가한 전자담배가 양산될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19세 이상 성인 전자담배 사용률(좌), 전자담배 용액 수입량 추이. (자료:복지부, 관세청)


자본금 규제 줄이면 중소업체 난립 우려

정부가 담배사업법에 자본금 규제를 둔 것은 기본적으로 여러 생산업체가 난립해 국민건강을 해칠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2008년 (주)한국담배가 정부를 상대로 담배사업 자본금 허가 기준을 낮춰달라고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이를 기각한 내용에서도 확인된다.

대법원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담배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군소생산업체의 난립을 방지하면서 담배소비의 증가를 억제하고 국민건강을 저해하는 제품 생산을 예방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자본금의 규모를 300억원 이상으로 한 것은 적절하다고 판시했다. 중소기업의 활동을 일부 제한하는 측면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국민건강이라는 공익이 훨씬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전자담배는 궐련담배처럼 대규모 시설이 필요없는 만큼 자본금 규제를 낮출 수 있지 않냐는 정부의 판단이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르다. 기존 수입업체처럼 단순히 용액을 수입해 혼합하는 방식으로는 대규모 시설이 필요 없지만, 안전한 니코틴추출시설·배합실 등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려면 적정 수준의 자본금 제한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호상 공주대 약물남용연구소장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니코틴을 분석해보면 1급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와 아세트알데히드 등 가장 위험한 물질이 나오고 있다”면서 “자본금 규제를 낮춰 영세사업자를 시장 진입시키기보다는 차라리 자본력을 갖추고 제대로 품질관리를 할 수 있는 업체를 키우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가향제 첨가 전자담배 양산 우려도 커

자본금을 낮춰 여러 중소업체가 뛰어들 경우 과일향, 캔디향, 허브향 등 각종 가향제를 첨가한 전자담배가 무분별하게 양산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자담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니코틴이 아닌 향을 내는 가향제다. 담배의 쓴맛을 사라지게 해서 담배를 피도록 하는 중독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공인된 연구 결과가 없어 유해성 문제도 제대로 알려진 게 없지만, 니코틴보다 우리 몸에 해롭다는 연구결과도 적잖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중독성 문제로 2009년부터 민트향을 제외한 가향제를 함유한 담배 제조를 금지하고 있고, 올해부터는 전자담배에도 똑같이 적용하고 있다. 유럽도 올해 5월부터 궐련 및 각련(말아피는 담배)에서 가향제 및 가향캡슐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5월 ‘비가격 금연정책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가향물질 유해성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차츰 가향제 안전관리 체계 개편을 마련하기로 큰 틀에서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금 규정을 낮춰 여러 중소 전자담배업체가 나올 경우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서 다양한 가향제를 첨가한 전자담배가 시판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정부가 가향제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가향제 사용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내전자담배업체를 시장에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가향제를 쓰도록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큰틀에서 가향제를 차츰 금지할 것이라는 입장과는 모순되는 정책이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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