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5년 1월부터 적용한 담뱃세 인상 조치를 틈타 KT&G가 3300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겼다고 한다. 2억갑에 가까운 전년의 반출 재고분을 처리하면서 세금 인상분을 붙여 판매하고는 세금은 2014년 기준으로 낸 결과다.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G의 뱃속을 채워 준 꼴이 됐다. 감사원이 기획재정부 등을 대상으로 담뱃세 관련 관리실태 점검 끝에 내린 결론이다.
담뱃세는 제조장에서 물류창고에 반출된 시점을 기준으로 세금이 붙도록 돼있다. 따라서 2014년 12월 31일 이전에 반출한 담배는 그 이후 판매하는 경우에도 세금 인상에 관계없이 기존 2500원의 가격을 적용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공급처나 시중 판매업소들은 2000원 인상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던 것이다. 판매업소들이 미리 사재기에 나섰던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이런 사례는 외국계 담배회사들에 대한 지난해 감사에서도 이미 드러난 바 있다. 필립모리스와 BAT코리아가 재고를 쌓아놓고 기존 세율의 담뱃세를 납부한 뒤 2015년 이후 판매하면서 가격에 올라간 세율을 적용했다는 얘기다. 이렇게 외국 담배회사들이 올린 부당 이득만 해도 2000억원 이상에 이른다. 기획재정부가 세금인상 차액에 대한 환수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뱃세를 올린 탓이다.
이처럼 부적절한 거래에 다른 업체도 아닌 KT&G까지 뛰어들었다는 사실에 서글픔을 금하기 어렵다. 건물 안에서는 진작 흡연 장소를 빼앗긴 채 길거리 모퉁이에 내몰려 연기를 뻐끔거리는 끽연가들의 안쓰러운 처지를 배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에서야 비로소 KT&G에 덤터기를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끽연가들의 입장에서는 담배 한모금마다 가슴이 타들어갈지도 모르겠다.
이런 식으로 담배제조 및 유통사에 담뱃세 인상차액 7940억원이 부당하게 돌아갔지만 아직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기왕에 기재부 담당자들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나 국세청이 사후 조치를 제대로 취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오히려 대형 로펌을 내세워 반박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주의깊게 추이를 지켜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