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톺아보기]①한국에서 대연정 가능할까?

  • 등록 2017-02-09 오전 6:00:00

    수정 2017-02-09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발(發) ‘대연정’ 논쟁으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정치권은 각자의 셈법에 따라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안 지사가 내세운 ‘대연정’은 아직 대한민국 정치 체제에서는 선을 보인 적이 없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논의가 있었지만 여야의 반대 끝에 결국 무산됐다. 안 지사의 이번 대연정 제안에도 정치권이 고개를 젓고 있다. 시대적 과제라며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실현 가능성에는 아직 고개를 젓는 사람이 많다.

의원 내각제 구성이 전제돼야

대연정은 이념이 다른 정당들끼리의 연립정부라는 점에서 비슷한 이념의 정당끼리 연합하는 소연정과 구분된다. 의원 내각제에서 주요 정당이 다수당이 과반을 넘지 못하면 내각 구성 자체가 난관에 봉착한다. 비슷한 세력과의 연합으로도 과반을 넘지 못할 때 이념이 다르더라도 상대당을 품는 형태다.

사실상 의원 내각제를 전제로 하는 구조다. 새누리당이 안 지사의 대연정을 개헌으로 연결 짓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때문에 승자가 독식하는 대통령제에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독일이나 영국처럼 분권화된 권력구조 속에서 다당제를 기반으로 의회를 꾸리는 형태에서 대연정이 시도된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8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 구상을 공개 지지했다. 원 지사는 “나는 안희정의 당당함이 좋다. 이를 응원한다”고 했다.(사진=원희룡 제주지사 페이스북)
독일에서는 기민련과 사민당이 소수 정당과 연정으로 과반수가 부족할 때 두 거대정당끼리 연정이 이뤄지는 경우를 일컫는다. 3차에 걸친 대연정이 있어왔고 현재도 2013년부터 대연정을 통해 내각을 구성했다. 영국과 스웨덴에서도 1,2차 세계대전 때 거국 내각을 구성하면서 대연정을 실현한 바 있다.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내각 구성을 권한을 대통령이 갖기 때문에 대연정의 동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1960년대 이철승 신민당 당수가 중도통합론으로 대연정을 내세웠지만 변절자라는 비판만 받고 실현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대연정 역시 당시 1당인 한나라당의 거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이 소속된 열린우리당 내에서조차 환영받지 못했다.

국내 정치 체제에서 대연정의 구성이 요원한 것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데 걸림돌이 있다. 아울러 국민이 대통령에게 직접 쥐어준 권한을 상대에게 일정 부분 이양함으로써 책임도 함께 전가하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따른다. 소연정 형태였던 ‘DJP 연합’ 때도 김종필 국무총리가 장관 임명권을 갖기는 했지만 주요 정책 결정은 김대중 대통령의 몫이었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개헌을 통한 내각제를 언급하지 않고 대연정만 이야기한 것은 보수를 아우르려는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고 낮게 평했다.

다당제의 출현…연정은 시대과제

변수는 지난 4·13 총선을 거치면서 20대 국회가 다당제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총선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나뉘어 각각 원내교섭단체로 살아남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을 맞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분화됐다. 여기에 진보적 색채를 띄는 정의당까지 5개당이 원내에 진출해 있다.

현 구도가 대선 이후까지 유지된다면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연정은 필수적이 된다. 제 1정당인 민주당도 121석으로 과반수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에 단독 정당으로는 국회를 움직일 힘이 없다.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거듭 연립정부를 구성하자고 하는 것이나 새누리당이 바른정당에 후보 단일화를 제안하는 것은 이 같은 현실적 이유에서다.

안 지사의 대연정은 이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제안이다. 지금까지 여야가 정권을 교체해오면서 상대당에 대한 힐난이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횡행하며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다. 결과적으로 안 지사는 대연정을 제안한 이후 지지율이 단숨에 2위권까지 치고 올랐다.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여야가 협치를 하자고 할 때는 좋다고 하면서 대연정에는 결사 반대를 외치는 것은 어폐가 있는 이야기”라며 “정권 말이었던 노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대선 직후 정권 초라면 연정의 가능성이 있다. 정권을 흔드는 여권 내 반발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여야를 넘나드는 대연정은 실험할 때가 됐다”고 봤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사실은 인형?
  • 사람? 다가가니
  • 상큼한 'V 라인'
  • "폐 끼쳐 죄송"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