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 후속 물량 못따내면…부산공장 800여명 ‘칼바람’

노조 역대 최장 파업 강행
금전 손실 1200억원대 육박 추정
노조 요구대로 기본급 인상하면
日공장과 생산 경쟁서 뒤처져
  • 등록 2019-02-14 오전 6:00:00

    수정 2019-02-14 오전 8:09:45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2009년 회사 출범 이래 19년 만에 최대 위기에 놓였다. 3년 연속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하며 ‘노사 상생’의 모범생으로 꼽혔던 르노삼성차이지만, 임금 인상을 놓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서다.

작년 내수 시장에서 꼴찌에 머문 르노삼성차는 올해 뚜렷한 신차도 없어 판매 반등이 힘든 상황이다. 심지어 르노삼성차 생산의 절반가량을 담당한 스포츠유틸리티자동차(SUV) ‘로그’ 수출 길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역대 최장 기간 파업…금액 손실만 1200억원대

13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주·야간 4시간씩 총 8시간 부분파업을 강행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32차례 부분파업이다.

4개월간 파업을 진행한 노조는 역대 최장기간 파업 기록을 경신한다. 오는 15일에도 예고한 주·야간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이렇게 되면 르노삼성차 노조가 단행한 부분파업 횟수는 총 34차례, 128시간까지 늘어난다.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평균적으로 1시간에 60대를 생산하고, 비용은 10억원 규모다. 역대 최장기간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 차질 대수는 6600대, 금전적 손실 추정액은 1200억원대에 육박하게 된다.

2018년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지속하고 있다. 대화를 재개한 노사는 지난 12일 진행한 14차 협상 테이블에서도 견해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노사는 앞으로 협상 일정을 잡지도 못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 가운데 작년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한 곳은 르노삼성차가 유일하다. ‘노사 상생’의 모범으로 꼽혀왔던 르노삼성차가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인 ‘저효율·고비용’의 대표로 낙인찍히는 모습이다.

노사 견해차는 첨예하다. 고정비인 기본급 인상이 갈등의 주된 요소다.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최대 14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2017년 임단협에서 이미 국내 완성차 최대 수준의 기본급을 인상(월 6만2400원)했다”며 “작년 내수 판매가 국내 완성차 업계 꼴찌로 추락한 가운데 기본급을 추가로 인상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강성노조인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를 제외하고 나머지 쌍용차와 한국GM은 회사의 위기에 공감해 기본급을 동결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기본급을 4만5000원 인상한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보다 2배 높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1400만원 보상금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르노삼성차는 예전 삼성그룹의 임금체계를 따라 다른 완성차 회사들에게 없는 생산성 격려금(PI)과 이익배분제(PS)를 지급하고 있어 보상금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조는 PS·PI는 임금협상과 별개로 보고 있으며, 기본급을 인상하면 어차피 수당이 상승하면서 보상금(100만원) 수준의 임금이 인상한다고 주장한다.

‘부산공장 북미 수출형 닛산 로그 누적생산 50만대 돌파’ 기념식에 르노, 닛산, 르노삼성 관계자가 참석해 축하하고 있다.(사진=르노삼성차)
“로그 수탁 재계약 못하면 구조조정 불가피”

르노삼성차가 기본급 인상을 주저하는 이유는 수탁 생산하는 닛산 SUV 로그 후속 물량 배정 때문이다. 로그 수탁 생산은 오는 9월 종료된다. 성과에 따른 격려금 등은 일시적인 비용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기본급을 올릴 때 고정비 상승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고정비를 인상하면 결국 로그를 생산하는 일본 규슈공장 등 르노그룹 내 다른 자회사 공장과 생산 경쟁에서 뒤처져 결국 물량 배정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측은 부산공장의 평균 인건비가 르노 그룹 내 일본 닛산 규슈공장보다 20% 정도 높다고 강조했다.

로그 후속 물량을 받지 못하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작년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21만5809대를 생산했는데 이 가운데 로그 수출물량은 10만7245대다. 전체 생산 가운데 로그 비중이 50%에 달해 부산공장의 존폐를 가를 수 있다.

르노삼성차는 로그 재계약이 불발돼 부산공장 가동률이 절반으로 줄게 되면 전체 2300명의 인력 가운데 3분의 1인 800여명을 감원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정한 상황이다.

르노삼성 지분 79.9%를 보유한 프랑스 르노그룹은 이 같은 내용의 경고를 르노삼성에 보내기도 했다.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부산공장이 앞으로도 계속 2교대로 운영되기를 바란다. 3교대로 운영되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며 1교대 전환 가능성을 언급했다.

4개월간 이어진 부분파업으로 인해 협력업체들은 고사 위기다. 300곳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60%대로 떨어졌다. 협력업체 모임인 르노삼성 수탁기업협의회는 오는 27일 부산에서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위기 타파를 호소할 계획이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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