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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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의 월가(街)가 미·중 갈등을 분쟁이 아닌 전쟁으로 진단하기 시작했다. 양국 간 갈등이 관세 전면전에 이어 환율전쟁으로까지 비화하자, 월가의 긴장감도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강하게 무게를 실은 배경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6일(현지시간) 월가 이코노미스트 6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7%는 ‘미국이 무역전쟁 중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분쟁·마찰·신경전 등의 상황을 넘어섰다는 것으로, 그만큼 작금의 갈등이 한층 심각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실제로 1년 전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정도만이 ‘전쟁’이라는 표현에 동의했었다.
이번 조사는 이달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달부터 3000억달러어치에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폭탄을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한 데 이어 중국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는 포치(破七)를 용인하자 이에 대응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는 등 대중(對中) 강공책을 펴온 것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 서비스의 러셀 프라이스 이코노미스트는 WSJ에서 “지난달까진 분쟁이라는 표현이 적절했지만, 이젠 불행하게도 전쟁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WSJ도 “이제 우리 신문도 ‘전쟁’이라는 단어를 쓰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달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자의 69%가 금리인하를 점쳤는데, 이는 지난달 조사(49.8%)보다 크게 오른 수치다. 그랜트 쏜톤의 다이앤 스윙크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에 무역전쟁·성장둔화 등의 복합적 영향을 완전히 상쇄시킬 도구는 없다”며 연준은 9월은 물론, 12월에도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