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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최근 경남 A고교는 새 학기를 앞두고 담임 교사를 정하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아무도 담임 교사를 맡지 않으려 해 구인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학년부장 교사가 교사 한명 한명을 찾아 읍소를 해봤지만 5명 외엔 모두 손사래를 치는 탓에 결국 열 반 중 다섯 반은 기간제 교사들에게 담임을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교사들 사이에서 담임교사 기피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생활지도 과정에서 교권 침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다 과다한 진학·행정업무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일컫는 워라밸 마저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채우지 못하는 자리를 기간제 교사가 울며 겨자먹기로 채워야 하는 부작용까지 생겨나고 있다. 교사들은 교권 보호와 담임 수당 현실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권 침해·업무과중 등으로 너나없이 담임 기피
담임 기피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교권 침해다. 담임 교사는 담당 학급의 학생을 지도·관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에 학생들과 부딪힐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밤낮을 가리지 않는 학부모 민원까지 감당해야 하다보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 실제 교육부가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국에서 신고 접수된 교권 침해는 총 2454건이었다. 한국교원총연합회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건수도 2016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최고치(572건)를 기록했다.
교사 B씨는 “신고해봐야 본전도 못 건진다는 생각에 교권 침해를 당해도 참는 경우도 많다”며 “그냥 조용히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담임도 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고등학교 담임교사는 대학입시 관련 업무까지 가중되면서 부담이 더 크다. 수시 전형이 확대되면서 과거보다 학생부 기록 업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다보니 업무가 훨씬 늘었다. 야간자율학습 감독도 주로 담임교사가 맡아야 해 고3 담임교사의 경우 일주일에 적어도 3~4회는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한다. 최근 직장인들이 중시하는 워라밸과는 거리가 먼 셈. 더구나 육아를 하는 교사들은 담임을 꿈도 꿀 수 없다.
교권보호·수당현실화·업무과중 해소 필요
학교가 담임 구인난에 시달리자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는 경우도 늘었다. 정규직 교사가 담임을 기피하는 탓에 학교는 기간제 교사에게 담임을 부탁하게 되고 기간제 교사는 재계약이나 정규직 전환 등을 생각해 이를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상황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체 기간제 교사 중 기간제 담임교사 비율은 △2015년 42.4% △2016년 45.5% △2017년 49.9% △2018년 49.1% △2019년 49.9%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일부 시도교육청은 담임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담임교사를 맡으면 월 0.006점(최대 1점까지 인정)을 부여한다. 가산점은 교감, 교장으로의 승진에 쓰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공립 학교에 해당되는 이야기지 사립 학교의 경우 재단 이사회가 각자 기준에 따라 교감·교장을 정하기 때문에 별다른 유인책은 없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생활지도가 점점 어려워지고 교사들이 교권 침해나 고소·고발 대상이 되다보니 담임 기피현상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폭언·폭력 등 교권 침해에 대해 교육감 고발 조치와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의무화를 골자로 한 개정 교원지위법이 학교 현장에 잘 안착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당 현실화와 함께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등 과도한 교사 업무를 줄여주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