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친구들이 무척 부러워합니다. 정년퇴직 후에 다시 취업한 친구들도 있지만 본인이 하던 일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전 개인적으로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있으니 다들 그걸 부러워하는 거죠.”
작년 12월1일자로 41년을 일한 KT에서 정년퇴직한 이찬우(61)씨의 퇴직 후 일상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아침이면 똑같이 직장인 KT 강북네트워크운용본부로 출근해 자기 업무를 하고 있다. KT의 재고용 제도인 `시니어 컨설턴트`로 선발돼 퇴직 후에도 일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KT가 재고용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는 이 시니어 컨설턴트에게도 가장 큰 걱정이 퇴직 이후였다. 스스로 아직 젊고 충분히 일할 수 있으니 재취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막막했던 것도 사실이다. 다 내려놓고 세계 여행이나 다닐까, 창업을 할까 등 여러 생각이 오갔다. 그래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이 시니어 컨설턴트는 “퇴직 전에 어떤 자격증을 따놓는 게 재취업에 도움이 될까 고민하면서 찾아보곤 했다”면서 “회사가 재고용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는 `바로 이거다` 싶어 회사 일을 더 열심히 하며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은퇴자가 재고용되면서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퇴직한 선배가 다시 돌아와 일하는 걸 후배들도 적극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기술과 경험, 노하우 등 배울 게 많다는 이유에서다. 개성공단에 통신망을 구축할 때에도 현장에 있었다는 이 시니어 컨설턴트는 “살아보니 경험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더라”며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며 쌓은 경험들이 후배들한테 도움이 되고 나 역시 후배들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니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니어 컨설턴트는 또래 친구들을 만나면 운이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일하던 직장에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재고용 제도 자체가 국내에는 그리 많지 않은데 주변 친구 중 다니던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은 꿈도 못 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는“주변에 퇴직한 친구들을 보면 아직 능력이 뛰어나고 얼마든지 열심히 일할 수도 있는데 막상 기회가 없어 아쉬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마다 재고용 기회가 더 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희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