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흔드는 핵심기술 유출..실형은 10% 뿐

■비상 걸린 경제 안보
6년간 산업기술 국외유출 117건
피해 26조 달하는데 처벌 솜방방이
대법원 양형위, 권고형량 상향 추진
고급기술인력에 합당한 처우 보장
기업 기밀보안관리 강화 병행해야
  • 등록 2024-01-10 오전 5:50:00

    수정 2024-01-10 오전 5:50:00

[이데일리 성주원 박정수 김응열 기자] “엄청난 시간과 자금, 인력을 투입해 어렵게 개발한 핵심기술은 국가 경제를 먹여살릴 수도 있지만 경쟁국에 유출되면 해당 산업과 국가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 (재계 관계자)

정부가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모빌리티, 수소 등 미래 먹거리산업에 향후 3년간 ‘150조+α’ 규모의 정책금융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관련 업계는 마냥 기뻐하고만 있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기술유출 위협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전직 삼성전자 부장과 협력업체 부장이 중국 경쟁 업체에 삼성전자(005930)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18년부터 SK하이닉스(000660)의 반도체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중국 반도체 경쟁업체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SK하이닉스 협력업체 부사장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9일 대검찰청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6년간 산업기술 국외유출 적발 건수는 총 117건으로 집계됐다. 월 1.6개씩 산업기술이 해외로 빠져나간 셈이다. 특히 국가핵심기술 유출은 36건으로 전체의 30.7%에 이른다. 이에 기업 연구개발비, 예상 매출액 등을 통해 추산한 기술유출 피해규모는 26조원에 달한다.

이같이 국가간 기술경쟁 심화에 따라 기술유출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법원의 양형기준은 이에 못 미치고 실형 선고 비율도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 최근 10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처리된 1심 사건 141건중 실형 선고 비율은 9.9%(14건)에 그쳤다. 이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오는 18일 기술유출 범죄의 권고형량을 상향하는 방안을 의결해 처벌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단순히 처벌 강화와 같은 사후 처리 대책만으로는 기술유출 범죄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없는 만큼 정부와 국회,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특단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이 특허청에 기술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파견하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산하에 경제안보를 담당하는 3차장직을 신설한건 고무적이란 평가다. 국회에서도 정부 차원의 법률 개정안과 함께 여야 의원들이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의중이다. 직접 피해를 입는 기업들도 자체적인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며 기술유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급기술인력에 대해 합당한 처우를 보장하는 한편 실제 기술유출이 발생하기 어렵도록 하는 조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중앙지법 지식재산전담부 부장판사 출신 염호준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영업비밀 유출 사건 중 다수는 연봉 등 처우 문제에서 비롯된 이직 과정에서 벌어진다”며 “핵심기술의 연구개발자들에 대해 합리적인 처우를 해주고 퇴직·이직자에는 전직금지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 조재빈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비밀유지의무 부여, 전직금지계약 체결, 출입통제, 네트워크 및 저장매체 보안 등 영업비밀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정원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역량을 강화해 기술유출범죄의 적발률을 높이는 것도 범죄 동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는 삼성전자 전직 부장 김모 씨와 관계사 전 직원 방모 씨가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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