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보일러 폐가스가 샌다"…안전관리 구멍

가정용 보일러 폐가스 역류로 매년 5건씩 중독 사고 발생
최근 4년간 20건 발생해 15명 사망하고 51명 부상
보일러 노후화·부실시공으로 인한 연통 이격이 주 원인
"우리집은 괜찮겠지" 안전불감증이 매년 피해 양산해
  • 등록 2016-03-22 오전 6:30:00

    수정 2016-03-22 오전 6:30:00

[이데일리 이지현 최훈길 기자] 지난 9일 강원 평창에서 초등학생과 부모 등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사망자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는 치사량(25%)의 2∼3배나 됐다. 경찰은 이들 가족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평창 일가족 사망 사고와 같이 가정용 가스보일러에서 흘러나온 폐가스 중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가스는 무색무취여서 ‘소리 없는 살인자’라는 별명까지 얻은 상태지만, 발생률이 다른 사고와 비교해 낮아 위기의식이 낮다. 전문가들은 낮은 안전의식이 더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며 시설 점검 등 안전조치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매년 5건씩 집에서 발생…대부분 잠자다 사망

21일 한국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간 발생한 가정용 보일러의 일산화탄소 누출 사고는 총 20건이다. 이기간 동안 15명이 사망했고 51명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일산화탄소는 무색, 무취, 무미의 기체다. 인체에 흡입될 경우 혈중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일산화-헤모글로빈(COHb)을 형성하고 산소의 운반기능을 약화시킨다. 초기에는 두통과 호흡곤란, 메스꺼움을 느끼다가 혈중에 25% 이상 녹아들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주로 보일러를 밤에 가동하기 때문에 대부분이 잠든 무색무취의 가스에 중독,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일산화탄소 중독사고는 연탄 보일러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요즘은 LPG가스 보일러, LNG가스 보일러 등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보일러 문제는 아니다. 사고는보일러 설치과정에서 연소된 폐가스가 빠져나가는 연통과 보일러 틈새 마감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노후화돼 연통이 틈이 생겨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통계(2014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는 149만 가구다. 보일러 노후화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시점을 준공 후 11년이라고 했을 때 보일러를 교체 않고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 서울에서만 33만가구가 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보일러와 이음새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기준을 강화시켜왔는데도 사고가 매년 줄지 않고 있다”며 “보일러와 연도 이음새 부분에 대한 보다 강화된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는 우리집 보일러..셀프 점검이 최선

이같은 사고는 점검만으로도 충분하게 예방할 수 있지만, 부실 점검으로 책임은 사용자에게 모두 돌아간다. 도시가스 안전관리기준은 안전관리를 지역가스사업자가 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가스사업자는 1년에 2번 정도 가정을 방문해 가스안전상태를 확인한다. 이때 보일러 연결부 가스누출 및 폐가스 유입 여부 등도 점검한다.

그러나 대부분 가스 점검이 낮에 이뤄져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보일러를 가동하지 않으면 일산화탄소의 유입 등은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 가스점검이 틈새 유무를 육안으로 점검하는 데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방문시 빈집인 경우에는 재검검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가스뿐만 아니라 전기, 승강기 등의 안전검사는 전문기관이나 업자가 정기적으로 하는 구조”라며 “가스사업을 민영화 과정에서 안전검사도 민간 영역으로 옮겨갔고 이 과정에서 안전 사각지대가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용 보일러는 자가 관리가 최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성식 한국폴리텍대 산업설비학 교수는 “보일러가 노후화하면서 가스연결 호스나 폐가스가 나가야 하는 연통 연결부위에 틈새가 생겨 가스가 누출될 수 있다”며 “창문을 약간 연 뒤 보일러를 가동하고 이때 보일러 배관과 연통 연결부위에 비눗물을 칠해 거품이 발생하는 지 자가점검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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