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선고 임박]②소비자 "41.6배 요금폭탄" Vs 한전 "원가 이하"

한전 약관 불공정성 놓고 법리 다툼 치열
소비자 "41.6배 누진율..산업용 손해 보전용"
한전 "OECD 58%로 저렴..저소득층 배려용"
원가 비공개, 2년전 소송 제기 때와 다른 여론 '변수'
  • 등록 2016-09-18 오전 7:00:00

    수정 2016-09-18 오전 8:39:14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오는 22일 선고되는 주택용 누진요금제 소송(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의 쟁점은 한국전력(015760)의 전기공급 약관이 약관규제법을 위배해 공정성을 잃었는지 여부다. 양측의 법리 다툼은 치열하다. 누진제로 피해를 봤다는 원고 측 시민들과 사업자인 피고 측 한전의 입장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달린다.

소비자 “유례 없는 41.6배 누진율..산업용 손해 보전용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에 따르면 6개 종별(주택용, 일반용, 교육용, 산업용, 농사용, 가로등)로 요금이 분류된다. 주택용은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요금이 급증하는 6단계 누진요금제로 구성돼 최저·최고 요금이 11.7배 차이(한전 추산)가 난다. 한전은 이 약관에 근거해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받아 요금을 부과한다. 평소 월 전기요금을 3만원 가량 내던 가정이 소비전력이 높은 난방기기를 사용하면 누진제 영향으로 난방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기기 사용시간을 매일 5시간에서 10시간으로 두배 늘려도 사용요금은 두배 넘게 올라간다. (출처=한전, 오른쪽 건물은 전남 나주 본사)
(출처=법무법인 인강)
우선 첨예하게 부딪히는 쟁점은 누진율(최고요금과 최저요금 간 비율)로 인한 불이익 문제다. 원고 측 소송 대상은 2012년 8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쓴 전기요금 사용분이다. 당시 55kWh(주택용 저압)을 사용하면 월 평균 3574.50원(이하 소송 대상 시점 기준)을 전기료로 지불한다. 에어컨 등으로 전기를 평소보다 10배 더 쓰면 월 평균 14만8615원을 납부해야 한다. 전기 사용량은 10배 늘었지만 실제로는 누진율 41.6배를 적용 받게 된다.

2014년 당시 주택용 전력의 기본요금을 기준으로 누진율을 계산하면 최고 단계의 기본요금(1만2350원)은 최저 단계의 기본요금(390원)의 32.13배다. 주택용 전력의 전력량요금을 기준으로 누진율을 계산하면 최고 단계의 전력량요금(797.5원)은 최저 단계의 전력량 요금(57.9원)의 13.77배다. 13.77배 누진율은 2011년 8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한시적으로 도입한 7단계 누진율(1350kW 초과)을 기준으로 계산한 것이다. 원고 측이 주장하는 실질 누진율은 한전 추산 11.7배 누진율(전력량 요금 기준)보다 높다.

이는 외국의 사례와도 비교해 과도하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미국 뉴저지주의 경우 누진단계는 2단계, 누진율은 1.1배다. 누진제는 600kWh 기준으로 여름에만 적용된다. 영국 2단계(0.61배), 일본은 3단계(1.4배), 대만은 5단계(여름 2.4배, 나머지 1.9배)다.

원고 측은 이 같은 누진제를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주택용 전기요금으로 얻는 이익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으로 인한 손해를 보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당시 주택용 전기요금(123.69원/kWh)은 산업용(92.83원/kWh)보다 30.86원/kWh 비쌌다. 그런데도 독점적인 전기판매 구조 때문에 누진제를 회피해 전기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일방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기사업자는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전기사업법(4조)을 위반했다는 게 원고 측 입장이다.

한전 “OECD 58%로 저렴..저소득층 배려용”

OECD 주요국 주택용 전기 판매단가, 2014년 7월 ‘Energy Prices & Taxes, 2d Quarter 2014’ 자료, 자국 화폐기준 판매단가를 OECD의 연평균 달러 환율로 환산해 비교.(출처=한전, 정부법무공단)
반면 한전은 전기 사용자의 약 70% 가량(2013년 기준)이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3단계 이하의 누진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7단계 누진율을 적용 받는 사용자는 0.00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 현행 누진제가 전력 수요의 조절,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재화의 적절한 배분 등 전력 공급의 공익성과 수익자부담 원칙의 실현 취지가 있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 수준은 OECD 평균의 약 58%(2014년 기준)에 불과해 오히려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에 따르면 국내 전기요금을 지수 100으로 볼 경우 독일은 382, 일본은 239, 미국은 120, OECD 평균은 172였다. 또 에너지절약 등 누진제의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진 단계, 누진율 등이 국가별로 다른 게 오히려 당연한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전은 “누진제가 전기를 상대적으로 많이 사용한 사용자로부터 징수한 전기요금을 전기를 적게 사용한 사용자에게 되돌려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주택용 전기의 원가보상률(총수입/총원가)의 경우 85.4%(2012년), 89.6%(2013년)로 100%에 못 미쳐 원가부족액이 각각 1조1669억원, 7776억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주택용 전기요금이 산업용 전기요금 손해를 보전할 만한 여력이 없다는 게 한전 입장이다. 다만 한전이 2012년 8월, 2013년 1월, 2013년 11월 세 차례에 걸쳐 주택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의 원가보상률은 104.2%(2014년 말 기준)로 올랐다.

대법원 “고객에 다소 불이익만으론 부족..종합 판단해야”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의 쟁점.(출처=한전, 정부법무공단)
양측이 첨예하게 다투는 건 공정성 문제를 판단하는 법리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약관규제법(6조)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심사 지침에 따르면 신의성실의 원칙은 ‘사업자가 고객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지 않고 형평에 맞게 약관조항을 작성해야 한다’는 행위 원칙이다. 사업자의 이익과 고객의 이익 사이에서 고객에서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을 두고 공정성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약관 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 조건을 달았다. 대법원은 재작년 6월 판결(2013다214864)에서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들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결국 누진제로 인한 문제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서는 한전이 영업비밀을 이유로 용도별 원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등 불공정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충분치 않은 점, 2014년 소송 제기 당시와 달라진 현재 사회 분위기 등도 재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소송을 대리하는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변호사는 “현행 전기요금 약관은 국회의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국가가 국민에게 징수할 수 있는 구조”라며 “더이상 국민의 재산권을 침탈하지 않도록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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