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주말주택은 사치재인가요?

  • 등록 2017-07-07 오전 5:30:00

    수정 2017-07-07 오전 5:3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지난 4일자로 본지가 보도한 ‘별안간 별장 稅폭탄… 날아간 4도3촌’ 기사를 접한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기사는 경기도 가평·양평군 등 주말주택(서울 등 도시에 거주하면서 주로 주말에 농사 등을 짓기 위해 이용하는 주택)에 대한 수요가 많은 지자체에서 상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은 ‘별장’으로 간주해 과세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다뤘는데 주말주택을 과연 별장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열띤 논쟁이 붙은 것이다.

주말주택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다르고,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양할 수 있다. 문제는 주말주택 보유자들이 예고 없이 하루 아침에 재산세와 취득세 중과 고지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주말주택이 ‘주택’이냐 ‘별장’이냐를 판단하는 기준이 상시 거주라는 것밖에 없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과세가 되고 있다. 건축물 대장상에 ‘별장’이라는 용도는 없고 단독주택·다가구주택·공동주택 등으로만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시 거주라는 것은 주관적 판단이다. 기준이 주관적이다 보니 현장에서는 법인 소유의 건축물을 주로 사주 일가나 임원들의 별장으로 사용하면서 업무용으로 사용한다거나 특수관계자에게 임차하는 형식을 갖춰 취득세와 재산세 중과를 피하는 편법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일가가 가족 행사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해온 별장을 ‘직원 기숙사’ 용도로 등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가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지난해에는 주택으로 보고 과세했던 주말주택이 올해에는 별장으로 과세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낳고 있다. 납세자로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주말주택을 놓고 과세 주체와 납세자 간 판단의 차이가 법정 갈등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제보자 중 한 명은 “군청이 동네 이장한테 상시 거주하지 않는 집을 알려달라고 했다더라”며 “이런 조사가 과연 공신력을 가질 수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납세자가 자신이 얼마만큼 세금을 내야 하는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다. 지자체가 주말주택을 별장으로 분류하는 순간 재산세는 10배 또는 20배로 늘어나기 십상이다. 주택을 사면서 냈던 취득세도 5~10배까지 늘어나게 된다. 자신이 사는 주말주택이 일반주택이라고 생각했던 납세자로서는 하루아침에 ‘세금폭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적지 않은 금액인 만큼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

사실 주말주택이 별장인지, 주택인지에 대한 기준이 불명확한 데에는 세법이 그동안의 경제·사회·문화적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 별장에 대한 중과세는 1973년 처음 만들어졌다. 별장, 호화주택, 골프장, 외국산 고급 승용차 등을 사치성 재산으로 보고 취득세의 300%를 중과세해 비생산적 자금을 산업자금으로 전환하려고 한 것이다. 이후 사치적 소비에 대한 취득세 중과세는 이듬해 ‘긴급조치 3호’로 더욱 강화됐다. 이후 별장에 대한 중과세 규정은 2004년 읍·면에 있는 농어촌주택은 별장에서 제외한다는 것 외에는 4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삼시세끼’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큰 흥행을 거둔 것에서 볼 수 있듯 복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교외에서 농사 등을 지으며 유유자적한 삶을 사는 것은 이미 로망이자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더 이상 부자들만의 꿈이 아닌 셈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GDP(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2위인 경제 대국이 됐다. 예전처럼 개미 같이 일한다고 무작정 생산성이 높아지는 시대도 지났다. 주말주택에 대한 과세당국의 시각 역시 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따라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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