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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올해로 결혼생활 10년 차 정모(여·43)씨는 최근 후배가 신혼집을 구하면서 디딤돌 대출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정씨 역시 지난해 집을 사며 최대한 금리가 낮은 대출을 알아봤지만, 금리가 낮기로 소문난 디딤돌 대출은 맞벌이인 정씨에게는 언감생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배는 외벌이인 덕분에 2억원을 디딤돌 대출로 조달하고 부모님에게서 3억원을 지원받아 새 집을 장만했다. 정씨는 “요즘은 외벌이도 생활이 여유가 있을 때나 하는 것”이라며 “맞벌이를 하면 육아비용이 배로 증가하는데 세전 연소득 7000만원으로는 대출금 내고 나며 애 하나 키우면서 생활하기도 빠듯하다”고 푸념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정씨의 후배처럼 소득은 적지만 자산이 많은 ‘금수저 대출’이 차단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대표적인 서민 정책 금융인 디딤돌 대출에 자산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건물·토지 있어도 주택만 아니면 디딤돌 대출 가능
국토부는 디딤돌 대출에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행복e음’을 디딤돌 대출 심사와 연계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행복e음을 디딤돌 대출 신청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수준의 자산 기준을 설정할 것인지 관련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관련 법령 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득 기준만 충족하면 가지고 있는 자산에 관계없이 디딤돌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부모에게 자산을 물려받은 이들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시중보다 싼 금리로 디딤돌 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또 토지·건물 등 부동산이나 고가 차량 등을 소유하고 있더라도 그것이 주택이 아니면 대출받을 자격이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모가 자산을 자녀에게 넘길 때 증여세 부담 등을 고려해 한꺼번에 증여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행복e음 시스템을 이용하면 대출 신청 시 자녀가 이미 이전받은 자산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금수저 대출’이 차단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낭비 줄여 정책 금융 대상 확대할 필요”
행복e음은 기초연금, 영유아 복지, 기초생활보장 등 대상자를 효율적으로 선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보건복지부가 국세청과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정보를 받아 구축한 정보시스템이다. 복지 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소득뿐만 아니라 자산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행복e음 시스템을 이용하면 개인의 소득은 물론 토지·건축물·주택·임차보증금 등 일반재산, 자동차, 현금·주식·펀드·보험 등 금융자산 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국가보훈처 등도 주거급여·공공임대 주택 대상자를 선정하거나 보훈 대상자를 파악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 금융 상품을 확대해 무주택자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다만 이런 정책 금융 대상 확대는 곧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는 만큼 사회적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이란?
각종 사회복지 급여 및 서비스 지원 대상자를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세청·국토부·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산업부 등 범부처 기관의 정보를 통합해 구축한 업무 지원 시스템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