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기내식 대란..공급업체 변경에서 협력업체 자살까지

국제선 운항 지연 사흘째 이어져 승객 불편
  • 등록 2018-07-04 오전 5:40:37

    수정 2018-07-04 오전 5:40:37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기내식 공급 문제로 인한 아시아나항공(020560) 국제선 출발 지연과 ‘노 밀(no meal)’ 운항이 사흘째 계속됐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기내식을 만드는 협력업체 대표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한 법무법인은 박삼구 회장 등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일련의 사태는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1일 기내식 공급업체를 변경한 직후 일어났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번 ‘기내식 대란’은 아시아나항공의 준비 부족 때문에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1일 0시부터 기내식 공급업체를 기존 독일 루프트한자 소속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서 소규모 업체인 ‘샤프도앤코’로 바꿨다. 외국 항공사에 하루 3000인분 기내식을 공급하던 업체에 8배 규모의 승객 식사를 맡기면서 기내식 대란은 예견됐다.

이에 대해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사과문을 통해 “회사의 인력과 자원을 집중 투입해 시행 초기의 오류를 현저히 줄여나가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정상적인 기내식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불편을 겪은 고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 드리며, 저를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전 임직원은 하루 속히 기내식 서비스가 안정화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600억 투자 유치 때문에 일어난 사태?

표면적으론 아시아나항공이 기내식 대량 공급 능력이 없는 소규모 업체와 계약을 맺어 발생한 일로 보이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그런 결정을 내린 데는 이유가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부터 LSG스카이셰프코리아와 5년 계약을 맺었고, 이후 2008년과 2013년에 두 차례 연장했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6월까지인 계약 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고 새 업체를 물색했다.

계약 연장이 무산되자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계약 연장 조건으로 1500억~2000억원 투자를 요구했는데, 받아들이지 않자 계약을 끝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공정위는 세 차례 현장 조사를 실시했지만, 최종 결론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공교롭게도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 금호홀딩스는 지난해 2월 중국 하이난그룹과의 합작회사 ‘게이트고메코리아’와 30년짜리 기내식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하이난그룹으로부터 16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 유치를 위해 기내식 업체를 바꿨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내식 대란으로 이어진 문제는 지난 3월 게이트고메코리아가 새로 짓던 공장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공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자 아시아나항공은 샤프도앤코와 3개월 단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처음부터 작은 업체랑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샤프도앤코의 최대 생산 능력은 하루 2만식 수준이고, 외주업체를 통해서도 기내식을 공급받아 납품하기 때문에 일단 기내식 수량을 맞추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대량으로 기내식을 공급하는 일이 처음이라 음식을 그릇에 담고 박스에 쌓아 배송하는 등의 과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대표 자살..주주대표소송 착수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대란이 지속되고 있는 와중에 지난 2일 샤프도앤코의 한 협력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그가 기내식 납품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최근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납품 준비에 매달렸으며, 심리적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법무법인 한누리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에 참여할 소액주주를 모집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한누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은 박삼구 회장이 지배하는 금호홀딩스의 자금 조달을 위해서 검증되지 않은 중국계 회사에 기내식 사업권을 매각한 것”이라며 “이번 소송을 계기로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해 대주주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잘못된 행태에 경종을 울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내식 대란으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승객들 몫이다. 출장이나 해외여행을 계획한 승객들이 출발 지연 상황에 대해 승무원들에게 문의하고, 일정 변경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 속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을 받지 못한 승객들에게 기내 면세점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30~50달러 상당의 쿠폰(TVC)을 지급하고 있다. 항공사의 기내식 단가는 영업비밀이지만, 이코노미석의 경우 3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비즈니스는 이보다 3배 가량 비싸고, 일등석은 5배 정도 더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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