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자리쇼크…영세 자영업·임시·일용직부터 덮쳤다

11일 고용동향, 코로나19 반영 첫 통계 발표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59배 급증, 고용 빨간불
영세 서비스업·일용직 등 저소득층부터 타격
  • 등록 2020-03-09 오전 5:00:00

    수정 2020-03-09 오전 7:20:13

경기 부진,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 불황이 심각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일 오후 세종시 먹자골목인 도담동 거리에 임대 알림판이 붙은 모습이다. 세종시에 확진자(8일 오후 8시 집계 총 6명)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서울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병훈(40·가명) 씨는 지난주부터 휴업 중이다. 코로나19로 단체 손님이 뚝 끊겨 종업원 인건비조차 못 줄 형편이 됐기 때문이다. 20대 홀서핑 아르바이트생, 50대 주방 아줌마 등 종업원들도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다. 김 씨는 “대출을 알아보고 가족까지 아르바이트생으로 동원해 버텨봤지만 출구가 안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입춘을 지나 봄이 왔지만 자영업자들에겐 아직도 한겨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서민들부터 직격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에 취업 중이던 식당 종업원,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아울러 이들을 해고하면서 버티던 영세 자영업자들도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순차적으로 무너질 위기다. 자영업 몰락이 고용 한파로 이어지는 사태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DI “코로나19, 메르스보다 고용 심각”

정부는 자영업을 중심으로 고용 지표가 악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 매출이 지난 1월부터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 매출은 1월2주차에는 전년동기대비 2.7%, 4.5% 각각 증가했다. 그러나 1월3주차부터 감소세를 보이더니 2월3주차에는 24.5%, 14.2% 각각 감소했다. 방한 관광객은 2월3주차에 48.1%나 급감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는 경영난에 처한 고용주가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휴업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심사를 거쳐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신청 기업 수가 2월에는 112개(1월29~2월10일 누계)였는데, 3월에는 6611개(1월29~3월5일 누계)로 1달 만에 59배나 급증했다. 지난 3일부터는 신청 기업이 하루 1000개를 넘어섰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올해 2월부터 취업자 수 기저효과가 사라지는데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쳤다”며 “취약계층인 임시·일용직, 서비스업부터 취업자 수가 축소될 것이다. 메르스 사태 때보다 고용 악화 상황이 심각해 파장이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통계청은 오는 11일 이같은 취업자 수, 고용·실업률을 반영한 2월 고용동향을 발표한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된 첫 국가승인 일자리 통계다. 앞서 1월 고용동향은 첫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이전에 조사돼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번 고용동향은 지난달 9~15일 조사됐다”며 “코로나19 발병 이후 3~4주간 고용 영향이 지표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 올스톱, 추가 대책 마련해야”

이번에도 메르스 사태 같은 고용쇼크가 반복될 수 있다. 앞서 메르스(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 첫 확진자가 나온 2015년 5월20일 다음 달인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시 휴직자는 36만9000명으로 1983년 통계작성 이래 6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2%로 IMF 직후인 1999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15년 6월 취업자 증가 폭은 5만명, 일용직 증가 폭은 8만9000명 전년동월보다 각각 줄었다. 메르스 여파로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예술·스포츠·여가 관련업 등 서비스업 고용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추경안에서 저소득층이 소비 여력 진작과 고용안정에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했다. 소비 쿠폰, 노인일자리 쿠폰, 아동수당 대상에게 지급되는 특별돌봄 쿠폰(월 10만원) 지급 등에 2조1000억원을 편성했다. 고효율 가전기기 구매 시 구매가격의 10%를 환급해 주는 사업에는 3000억원이 들어간다.

또 청년 고용안정을 위해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예산 확보, 저소득층 구직촉진수당(월 50만원, 3개월) 재도입 예산 등 고용시장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들어갈 예산도 6300억원을 편성했다.

학계에선 고용 상황이 심각한 만큼 특단의 추가 대책도 열어놓고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자영업이 올스톱된 상황”이라며 “금융위기 때인 2009년 규모(28조4000억원) 이상으로 추경을 편성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넣어 자영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박은 1월 넷째주부터, 음식점은 1월 셋째주부터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전년동기대비, 단위=% [출처=기획재정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국 후베이성 우한을 갔다온 중국인 여성이 지난 1월20일 국내 첫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인 1월 넷째주부터 방한 관광객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대구 신천지 교인인 31번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18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국내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전년동기대비, 단위=% [출처=기획재정부, 법무부]
코로나19 발병으로 타격을 입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한 기업이 6000개를 넘어섰다. 1월29일부터 해당일까지 누계 집계, 단위=개 [출처=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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