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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한 고위관계자가 최근 털어놓은 토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부임한 이후 지난 2014년 8월부터 네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렸는데도, 더 내려야 한다는 ‘압박’이 여기저기서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금리를 더 인하하면 경기가 살아나는 효과보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같은 역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시장은 이미 금리 인하 기정사실화
설 연휴가 한창이지만 한은 사람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시장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정부도 ‘재정’을 풀었으니 ‘통화’도 따라와주길 바라는 기류가 없지 않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여권 내에도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함께 움직여야 ‘약발’이 잘 먹힌다는 소신을 가진 인사가 많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최근 ‘유일호 경제팀’의 부양책은 올해 1분기 이후 효과가 소멸될 것”이라면서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와 함께 정책공조 차원에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 “통화정책 신뢰 흔들리면 안돼”
하지만 한은의 생각은 다르다. 주요 투자은행(IB) 등이 금리 인하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에 베팅을 해놓고, 한은을 압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점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신뢰성이 생명인 통화정책이 거기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했다.
어느 한은 직원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가 미증유(未曾有)의 1% 초반대 금리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기준금리 수준이 이미 임계치에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제로금리 혹은 마이너스금리도 거뜬한 미국 유럽 일본과 같은 선진국과 우리의 경제체력은 엄연히 다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이상 마냥 양적완화를 할 여건이 못 된다.
물론 한은 관계자들도 기준금리를 한 차례 정도 더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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